지난 2월 우리나라 실업자는 116만9000명이고 실업률은 4.4%로 집계됐다. 실업은 사회적 분업으로부터 일시적 퇴출을 뜻하는데 퇴출당한 실업자는 소득을 얻을 길이 없다.

시장경제에서는 각 개인이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므로 실업은 실업자의 생존을 위협한다. 물론 고용보험이 한시적으로 실업수당을 지급하기는 한다. 그러나 실업자가 급증한 가운데 재취업이 지연되는 사태가 지속된다면 고용보험의 지급능력도 결국 한계에 이를 것이다.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으면 고용문제에 경보가 울린 것으로 보통 해석한다. 당연히 일자리 창출이 당장 시급한 정책과제로 부상했다. 일자리가 줄어든 까닭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다시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까?

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부문이 일자리 제공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일자리 나누기가 필요하다는 발상에 이르기까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제안으로 여러 가지가 제기되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거리만 늘어난다면 일자리도 금방 다시 늘어난다. 일자리 만들기 정책은 바로 일거리 늘리기 정책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일거리인가?

이에 대한 대답도 간단하다. 아무도 사가지 않을 것을 만드는 일은 시장경제에서는 결코 일거리가 아니다. 사람들이 돈 주면서 시키는 일이 일거리다. 서민들의 수요도 일자리를 만들지만 돈 많은 부자들은 일거리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

불황에는 사람들이 지갑을 닫으므로 일거리가 줄어들게 마련이다. 특히 서민들은 불황에 더 움츠린다. 최근의 불황이 전 세계적인 것인 만큼 실업도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다. 세계 전체의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우리나라의 일거리도 줄어든 것이다. 불황이 끝나면 일거리도 자연히 늘어나겠지만 당장 실업 사태가 절박하다는 점이 문제다.

가장 손쉽게 일거리를 만드는 방법으로 불황에 덜 민감한 돈 많은 부자들이 돈을 쓰도록 여건을 조성하면 된다. 골프비용이 더 싸지도록 규제와 세제를 완화하고,영리 의료법인을 허용하면 한국의 부자는 물론 중국의 부자들도 몰려와서 돈을 쓸 것이다. 교육을 자유화하면 기러기 가족들의 해외 유학 비용이 국내 교육 부문에 지출될 것이다. 이들이 국내에 푸는 돈만큼 일거리가 생기므로 그만큼 국내 일자리가 늘어난다.

또 경기회복이 늦어져서 세계 전체의 일거리가 늘지 않는다면 지금 있는 일거리라도 우리나라에 더 많이 끌어오는 정책이 필요하다.

세계화의 시대에 일거리에는 국적이 없다. 해외로 나가려는 국내 투자를 붙잡아두고 외국인투자를 국내에 유치해야만 국내의 일거리가 늘어난다. 세계 각국은 법인세 등 세금을 감면하고 각종 규제를 철폐하면서 서로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승훈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