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012한국방문의해'가 시작됐지만 그 출발이 불안하다. 지난해의 '환율효과'가 사라지면서 올 들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내국인의 해외 여행은 크게 늘어 지난해 9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냈던 관광수지 방어에 적신호가 켜졌다. 민간주도로 시행하는 한국방문의해 프로젝트가 첫해부터 추진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되는 까닭이다. 한국경제신문은 관광 진흥의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한국관광공사 주요 해외지사장을 초청,2012년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목표 달성을 주제로 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심정보 베이징지사장,이성일 프랑크푸르트지사장,김명선 LA지사장,김영호 도쿄지사장,우병희 방콕지사장이 참석했다.

● 관광公 해외지사장 '1천만 유치 전략' 좌담

-환율효과에 기대지 않고 진짜 실력을 보여줄 때인 것 같다. 주요 마케팅 전략은 무엇인가.

▼김영호 도쿄지사장=올해 일본인 관광객 유치 목표는 320만명이다. 드라마 '아이리스' 등 한류를 활용한 관광상품 개발과 지방관광 활성화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심정보 베이징지사장=중국은 경제가 가만히 있어도 7% 성장하며 조금 신경을 쓰면 10%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중국 경제 활성화와 함께 관광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230만명 유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센티브,노인 · 청소년 단체관광객 유치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가족단위,개별여행이 많아지는 추세인데 이에 관한 특화유치 전략도 구상 중이다.

▼김명선 LA지사장=미주는 90% 이상이 개별여행객이다. 이들 개별여행객을 온라인과 접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여행사인 익스피디어닷컴에 한국의 역사 문화 · 태권도 · 템플스테이 · 의료관광 등에 대한 테마상품들을 노출시킬 것이다.

-한류바람은 유효한가

▼우병희 방콕지사장=동남아에는 한류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 한국 호감도가 굉장히 높다. 특히 태국이 그렇다. 한국의 계절상품 수요도 폭발적이다. 지난 겨울에는 비행기 좌석이 동났다. 태국에서만 19만명이 한국을 찾는다. 몇달치 월급을 모아야 올 수 있는 데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 여행을 갈망한다. '가을동화''겨울연가' 같은 드라마 촬영장은 필수코스가 됐다.

▼김 도쿄지사장=일본도 마찬가지다. 한류가 끝난 게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지만,이제는 워낙 일상화돼 화제가 되지 않는 것일 뿐이다. 지난달 관동지역의 12개 매체에서 25개 한국 드라마가 방영됐다. 한류는 폭넓고 뿌리 깊게 번져가고 있다. 2분기 JTB의 룩상품에 5개의 방한개별여행 상품이 추가됐다. 한류드라마,막걸리 이런 주제들이 막 상품화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에만 몰리는 것 같다.

▼김 도쿄지사장=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은 '서울'에서도 '명동'이다. 명동이 잘 팔리지만 이것만으로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지방 관광을 활성화시키는 게 관광공사의 역할이고 인바운드업체가 할 일이다. 일본 관광객은 개별여행객이 70%인데 이들에게 좋은 코스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 관광자원은 많은데 상품유통은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프라 · 상품유통 · 홍보,이 세 요소가 선순환돼야 하는데 우리는 유통에서 막혀 있다.

▼김 LA지사장=지방 관광 활성화와 관련해 익스피디어닷컴,트래블로시티 등 3대 온라인여행사와 협력하고 있다. 올해는 한곳에 집중할 생각이다. 서울 이외의 도시 정보도 올려 풀데이 · 하프데이 · 나이트투어 등의 프로그램을 노출시키는 작업도 하고 있다.

-여행층의 다변화와 고급화도 필요한데….

▼심 베이징지사장=부자들을 겨냥한 고가마케팅을 해야 겠다. 은행의 플래티넘 멤버십,백화점의 명품 취급 창구와 접촉을 강화하며 '1%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보통 상품은 3박4일에 50만원 정도인데,고가 상품은 200만원이 넘는다. 중국의 노령화가 빨라지고 있다. 이들 노인단체 유치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신혼여행시장도 크다. 1년에 800만쌍이 결혼한다. 사진관이나 웨딩숍이 주요 마케팅 대상이다.

▼이성일 프랑크푸르트지사장=마이스(MICE)가 중요하다. 내년 독일여행업협회(DRV) 총회를 한국에 유치했다. 1300명 규모의 국제회의인데 참가자가 모두 의사 결정권자인 사장들이다. 99%가 한국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총회 때 한국을 보고 좋아해서 한국 상품을 만들기로 하면 유럽의 한국 여행 수요 개발에 큰 전기가 될 것이다.

▼김 도쿄지사장=일본의 방한상품은 보통 4만엔 선이다. 그런데 최하 23만8000엔인 4박5일짜리 상품이 화제다. 작년 250명이 모객됐고 반응이 좋아 올해는 8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급철도 상품인 '해랑'이다. 파격적인 아이디어가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한국관광의 스토리텔링이 강조되고 있다.

▼우 방콕지사장=작년 2월에 태국영화 '우연'을 한국에서 촬영했다. 기자 4명도 동행했는데 '로맨틱 코리아'란 제목의 관련 기사가 났다. 그 무렵 열린 여행박람회에선 아직 나오지도 않은 상품에 문의가 쇄도해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직접적인 홍보보다 간접적인 마케팅이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고 감성을 자극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꿈을 꾸게 만들어야 한다.

▼이 프랑크푸르트지사장=스토리텔링은 관광이란 약을 파는 수단이다. 이참 사장은 기 · 흥 · 정을 얘기하고 다닌다. 인삼도 한국산에 사포닌 함량이 더 많은 것처럼,한국을 기(氣)가 넘치는 나라로 소개하고 있다. 인체의 배터리가 방전됐을 때 한국에서 충전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자신도 한국의 어느 돌부처 코를 만졌더니 기를 받아 사장이 됐다고 자랑하며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그게 스토리텔링이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