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대량환매 비상…이틀새 1조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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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1700 오르자 "원금 찾고 보자"
적립식 10%대 수익…환매욕구 고조
외국인 매물 소화…급락은 없을 듯
적립식 10%대 수익…환매욕구 고조
외국인 매물 소화…급락은 없을 듯
코스피지수 1700선이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지난 5일 5307억원이 순유출됐다.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넘은 다음날인 2일에 이어 이틀 연속 5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이 빠져 나갔다. 이는 금융투자협회가 펀드 자금 유출입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6년 6월 이후 하루 순유출 규모로는 역대 두 번째며 3년3개월여 만에 최대치다.
이틀간 1조원 넘는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면서 대량 환매에 대한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단 코스피지수 1700~1800선에서 유입된 국내 주식형펀드 규모만 6조원을 넘고 있어 시장이 오를 때마다 환매가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와 펀드 환매에 따른 자산운용사의 '매도 공세'가 팽팽히 맞설 것으로 보여 양 주체 간 기싸움에 따라 시장 흐름이 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1700선 위 환매 봇물
최근 이틀 동안의 대량 환매는 펀드시장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1700선 위의 대기매물에 대한 경고가 있긴 했지만 연이틀 5000억원이 넘는 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갈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5000억원대의 유출이 처음 일어난 2일의 환매는 지난달 31일 오후 3시부터 1일 오후 3시까지 신청분이다. 1일은 두 달여 만에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넘어선 날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1700선만 회복되면 빼겠다고 기다리던 환매 대기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순유출 규모가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160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대량 환매 분위기는 서서히 감지됐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선 지난달 24일부터 9일 연속 자금이 빠져 나갔다. 이 기간 하루 평균 환매 규모가 3000억원을 웃돌고 순유출액은 2200억원에 달했다.
외국인 주도로 장이 오르고 있긴 하지만 추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환매를 불러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루 2000억원대 환매 이어질 듯
앞으로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하루평균 2000억~3000억원 정도의 자금 유출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 1700~1800선 사이에 6조3000억원이 유입된 것을 포함해 1700선 위에서 25조원가량이 들어왔다. 2007년 7월부터 2008년 8월까지 14개월 동안이다. 이 기간 거치식으로 목돈을 한꺼번에 넣어둔 투자자는 여전히 손실이 난 상태지만 전체 유입액의 80%에 달하는 적립식펀드 투자자는 이미 12% 이상 수익을 내고 있다.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어도 은행 정기적금에 비하면 괜찮은 수익이다.
오대정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작년 코스피지수 1300~1400선대에서 12조원의 환매 매물을 소화하고 투자자 간 손바뀜이 이뤄지는 데 두세달가량 걸린 걸 감안하면 1700~1800선에서도 최소 한 달 이상은 강하게 환매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정원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총괄본부장은 "외국인이 물량을 잘 받아주고 있어 주식을 현금화해 환매 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자산운용 업계에선 펀드 환매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열린 집합투자위원회는 긴급회의 후 '주식형펀드 환매 특별대책반'을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향후 환매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수요기반 확대 및 우호적인 펀드 판매환경 조성 방안 등을 정책당국에 건의하기로 했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서비스본부장은 "증시 상승에 따라 나오고 있는 환매를 막을 만한 뚜렷한 해결책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정환/박민제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