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에서 액면분할(주식분할)이 새로운 '주가급등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 한 상장사가 액면가를 쪼개기로 결정하고 나면 항상 주가가 급등세를 타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액면분할의 경우 유통주식수를 늘려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해줄 수 뿐"이라며 "기업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좋게 만드는 게 아닌 만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들어 액면분할을 결정한 상장사는 트라이브랜즈, 베리앤모어, SG위카스, 아남전자 등 약 17개 업체다.

이들 업체의 주가는 액면분할 결정 직후 또는 이사회에서 액면분할 안건이 통과된 이후에 대부분 올랐다. 국내 대표 내의전문 유통업체인 트라이(옛 쌍방울)의 급등세는 그야말로 눈부시다.

트라이는 최근 한 달간 90%에 육박하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1주당 5000원선에서 거래되던 것이 한 달 새 1만1000원대를 웃돌아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과거 티이씨앤코에서 인적분할되어 재상장(2008년 6월)한 뒤 가장 비싼 주가 수준이다.

트라이의 급등세는 지난달 중순께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 1주를 500원짜리 10주로 나누어 상장키로 결정한 뒤부터 지속됐다.

시장감시기관인 한국거래소는 급기야 5일 주가급등의 자세한 이유를 묻는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그러나 트라이는 이에 대해"특별한 이유가 없다"라고 밝혔다.

코스닥 상장사인 베리앤모어는 지난달 31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액면분할 안건이 원안대로 승인되자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이 회사 주가는 이날을 포함해 사흘 연속 '줄 상한가' 행진을 벌였다.

거래소 상장사이자 패션기업인 SG위카스는 액면을 분할키로 한 거래일(3월2일)에 10% 이상 급등했고,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며 최근까지 한 달간 50% 이상 주가가 뛰었다.

오디오 및 의료기기 수출업체인 아남전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남전자는 지난 2월 24일 액면을 분할키로 했다고 공시를 통해 알렸고, 이후 이틀 연속 상한가로 치솟았다. 주가급등세는 여지껏 멈추지 않고 있으며, 85% 이상의 급등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중순께 거래소로부터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액면분할 이후 주가급등 현상을 두고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손세훈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기업이 액면분할을 결정하는 것은 유동성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이 때문에 거래가 활성화돼 투자자들에게 액면분할이 호재로 받아들여질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론적으로 봤을 때 액면분할을 결정했다고 해서 주가가 항상 오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의 펀더멘털이나 밸류에이션은 사실상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규선 대우증권 수석연구원도 "기업이 액면분할을 결의하면 유통물량의 증가로 거래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시장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기업의 가치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가가 반드시 오른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