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기금의 적자폭이 올해도 1조원을 넘을 전망이라고 한다. 고용사정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감원 대신 휴직과 직업개발훈련 등을 실시하는 기업에 주는 고용유지 지원금과 실업급여 지출이 급증하고 있는 탓이다. 기금의 누적적립금은 지난해 6조2600억원에서 올해 말에는 사상 최저수준인 5조2000억원으로 쪼그라들어 기금운용의 큰 제약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고용보험기금이 규정을 악용한 편법 청구 등 심각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의한 부정수급 사례가 갈수록 늘면서 기금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최근 노동부 조사에서 지난해 기업들이 직원들을 해외로 보내 그대로 일하게 하면서 휴직시켰다는 '눈속임'으로 지원금을 타 쓰다 적발된 사례가 201건으로 전년의 6배 가까이 되고, 실업급여 수급자격을 채우려고 형식적으로 면접을 본 구직자도 2만6000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고용보험기금의 부정수급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여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감독당국의 관리부재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적발된 기업과 구직자가 많은 지역에 대해선 노동부가 전국 고용지원센터 별로 운영하고 있는 전담팀 직원을 현행 2~3명에서 배 이상으로 늘려 관리와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구직자가 재취업하려는 기업에 실업급여를 부정 수급한 의혹(疑惑)이 있을 땐 노동부에 적극 알리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거짓으로 지원금과 급여를 탄 경우엔 과태료를 대폭 올리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고용보험기금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노동부는 보험료 인상을 거론하기에 앞서 이같이 모럴해저드부터 막는 것이 순서다. 향후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도 그렇다. 물론 근본적인 대책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국내외 경기가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는 만큼 정부는 기업들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