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실적이 주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은 과거 경험에 비춰 대세상승장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분기 고점 이후 단기적인 조정이 올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되면서 증시도 한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시가총액 3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45조원을 넘어서며 최고 기록을 세웠던 해는 2004년이다. 전문가들은 2004년과 올해가 여러 면에서 비슷하지만 기업들의 경쟁력이나 외국인 수급 등에선 오히려 더 낫기 때문에 증시 상승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상원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2004년 이후 대세상승장의 배경은 기업들의 이익 규모가 꾸준히 지속되며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줬기 때문"이라며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금융위기를 거치며 한층 높아져 2000년대 중반 상승장이 다시 재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증시 수급 역시 우호적인 환경이다. 지난달부터 이달 2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6조4000억원에 이른다. 한 외국계 증권사 해외영업 담당자는 "최근 국내 주식을 사들이는 외국인은 거의 장기 투자 펀드들"이라며 "이들은 한국의 정보기술(IT)과 자동차주 주가가 실적에 비해 아직도 글로벌 경쟁 업체들보다 많이 낮다고 생각하고 무차별적으로 주문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기관 가운데서도 연기금과 보험은 3월 이후 각각 4100억원과 3400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이며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1분기 실적발표 시즌이 끝나면 조정이 올 수 있다는 신중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4년 증시 조정을 불러온 원인들이 올해 증시에도 똑같이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각국의 출구전략이 가시화할 경우 증시가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