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패드가 나오면서 아마존 킨들이 달라졌습니다. 킨들은 버튼을 눌러 작동하는 흑백 디바이스로 2007년 11월 발매 후 2년 남짓 e리더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독주가 계속되자 디바이스 업그레이드도 안하고 안주한다는 인상마저 풍겼습니다. 그런데 아이패드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아이패드 강점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졌습니다. 손가락 터치로 자유자재로 작동할 수 있는 게 최대 강점이죠. 아이패드에서 책장 넘기는 모습을 보면 입이 벌어집니다. 반응속도가 종이책 넘기는 것보다 빠릅니다. 게다가 색상도 선명합니다. 버튼을 눌러 흑백 화면을 작동하는 킨들과는 비교가 안됩니다.



물론 e잉크 기반의 킨들은 나름대로의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오래 들여다 봐도 눈이 피로하지 않고 배터리 사용시간이 매우 길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손가락 터치에 익숙해진 세대는 킨들을 들고도 손가락으로 터치 하려 듭니다. 따라서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이패드가 끌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마존이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아이패드용 킨들 앱을 내놓음으로써 아이패드에 정면으로 맞서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쉽게 말해 아이패드 사용자가 킨들 스토어에서 책을 사서 읽을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아마존으로서는 킨들은 팔지 못하더라도 e북은 팔 수 있습니다.

애플이 아마존의 적수가 되려면 디바이스에서도 앞서야 하지만 온라인서점에서도 뒤지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패드 사용자가 아이북스토어에서 책을 사지 않고 킨들 스토어에서 산다면 김이 샙니다. 현재 아이북스토어에는 e북이 6만권 올려진 반면 킨들 스토어에는 45만권이나 올려져 있습니다.



또 하나는 멀티디바이스 전략입니다. 아이패드의 경우 아이북스토어에서 e북을 사면 아이패드에서만 읽을 수 있습니다. 아이폰 아이팟터치로도 읽을 수 없습니다. 저작권 때문이겠지만 불편하죠. 반면 킨들 스토어에서 구매한 e북은 킨들 아이패드 아이폰 블랙베리 윈도PC 맥 등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e북을 다양한 디바이스로 읽을 수 있도록 ‘휘스퍼싱크’라는 동기화 기능을 내놓았습니다. 한 디바이스로 e북을 읽다가 다른 디바이스로 계속 이어서 읽을 수 있습니다. 북마크 메모 당구장표시(※) 등도 동기화 됩니다. 아마존은 멀티디바이스 전략은 애플의 아이패드-온리 전략과 대조가 됩니다.

이것 뿐이 아닙니다. 아마존은 올해 초 터치스크린 기술을 보유한 신생기업을 인수했습니다. 킨들에 터치 기능을 도입하기 위해서인지 모릅니다. 킨들 터치스크린 협력사 대표는 연내에 컬러 터치스크린도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컬러 터치가 되는 킨들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되죠.

애플이 아이패드 발매 시점에 킨들 앱을 올려준 것은 자신이 있기 때문일까요? 눈이 덜 피곤하고 배터리 수명 길고 멀티디바이스 사용이 가능한 킨들을 살 사람은 사라. 반면 컬러/터치만으로도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이패드 사라. 이건가요? 킨들과 아이패드의 e북 전쟁이 볼만해졌습니다. <광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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