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순매수액 중 ITㆍ자동차가 절반

외국인이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역대 두번째로 많은 주식을 사들이는 등 공격적 매수세를 이어가면서 지수의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 열기에도 온기가 도는 업종과 종목은 일부에 한정돼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를 겪은 외국인이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큰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의 대표주(株) 위주의 '안전운행'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증시의 오름세만 믿고 섣불리 시장에 뛰어들기보다 외국인의 매기가 강한 기존 주도주 중심으로 매매 전략을 짜는 것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3월 外人 월간 기준 최장 순매수…순매수액 역대 두번째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3천611억원을 순매수했다.

20거래일 동안 '사자' 우위를 보이며 월간 최장 순매수 기록을 다시 썼다.

순매수액도 작년 7월의 5조9천395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미국 주요 지수가 직전 고점을 넘어선 15일 이후에만 3조5천억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다.

외국인의 공격적 순매수는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달 2일에만 6천273억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이는 등 이틀간 순매수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증시 수급의 핵심인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면서 2월 말 1,600선을 밑돌았던 코스피지수는 3월 한달 동안 100포인트 가까이 올랐고, 이달 들어서는 1,723.49까지 치솟으며 2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매수세가 본격화된 배경으로는 '약(弱) 달러'가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달러화 강세 기조가 꺾이면서 그동안 심화했던 달러화 자산 중심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완화되면서 신흥국 증시로 글로벌 자금이 몰리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약달러는 잠시였고 다시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섰지만, 한국 이탈이 가시화될 것으로 우려됐던 외국인은 여전히 주식을 사들이며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다.

달러 강세에도 증시가 동반 상승하는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토러스투자증권 이경수 투자분석팀장은 "선진국 통화 대비 달러는 강세지만, 신흥국 통화 대비 달러는 약세"라며 "신흥국 통화 대비 달러가 약세라는 것은 글로벌 유동성 자금 운용에는 상당한 매력을 던져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더딘 경기 회복과 출구전략 지연 등으로 달러 강세가 근본적으로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외국인 안전자산 선호 여전…IT, 자동차 집중 매수
투자자금의 성격이 어떻든 분명한 것은 외국인의 안전자산 선호도가 아직 완전히 약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외국인이 이익 전망이 좋은 IT와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의 대형주를 선호하는 현상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외국인은 지난달 전기전자(1조9천799억원)와 운수장비(6천568억원) 업종에만 전체 순매수액의 절반에 달하는 2조6천억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다.

삼성전자(8천123억원)와 LG전자(3천957억원), 현대차(3천69억원) 등 IT와 자동차 대표 종목이 순매수 상위 종목 1~3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외국인의 편입 1순위로 떠오르면서 지난 2일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증시 수급을 좌우하는 외국인이 일부 업종과 종목을 편식하면서 업종별·종목별 양극화 현상은 뚜렷해지고 있다.

3월부터 지난 2일까지 의료정밀(16.65%)과 전기전자(13.92%), 운수장비(10.92%), 운수창고(10.07%) 등은 10%가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전기가스(-1.59%), 의약품(-0.72%), 건설업(0.38%), 유통업(0.56%) 등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처럼 실적 호전이 기대되는 IT와 자동차 종목의 '독주'가 지속되면서 실적 개선 가능성과 외국인 매기가 몰리는 종목 위주로 관심의 폭을 좁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우리투자증권 박성훈 연구원은 "주가 상승을 이끄는 외국인이 대형주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며 "지수가 추가 상승하더라도 수출주를 비롯해 대형 우량주들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에 따라 관심의 대상을 확대하기보다 기존 주도주 중심의 매매 전략을 유지할 것을 권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