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평균 연비 기준을 'ℓ당 15㎞ 이상'으로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ℓ당 17㎞ 이상'의 연비 기준을 추진 중인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의 공세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의회에 제출한 '2010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의 자동차 연비 기준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한국 측과 실무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미국 공세 강화될 듯

미 환경보호청과 교통부는 2011년까지 갤런당 27.3마일(ℓ당 11.5㎞)로 설정했던 자동차 평균 연비 목표를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갤런당 35.5마일(ℓ당 15㎞)로 상향 조정하는 자동차 연비 및 배기가스 기준을 확정해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모델별로는 승용차의 경우 37.8마일(ℓ당 16㎞),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미니밴의 경우 28.8마일(12.1㎞)의 연비 목표가 적용된다.

USTR는 행정부의 연비 목표가 확정된 만큼 한국 정부에 자동차 연비 목표치를 낮추도록 압박할 공산이 커졌다. USTR는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녹색성장 전략의 법제화 과정에서 미 정부 및 자동차업계와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혜민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FTA) 교섭대표는 이와 관련,"한국에서 미국산을 제외한 일본이나 유럽산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장벽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반박해 시각차를 나타냈다.

USTR는 자동차뿐 아니라 쇠고기 시장 개방 확대도 요구하고 나섰다.

◆대미(對美) 무역수지 악화될까

미국의 통상압력이 현실화되면 대미 무역수지가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 그동안 대미 무역에서 흑자를 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한창인 작년에도 86억달러 이상 흑자를 올렸다. 올해도 1월 3억3000만달러,2월 5억4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3월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1일 발표한 '3월 수출입동향'을 보면 한국은 지난달 1일부터 20일까지 미국을 상대로 5억3000만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전년 동기(2009년 3월1~20일 · 5억3000만달러 흑자)와 비교하면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됐다고 볼 수 있다. 만약 3월 전체로 대미 무역 적자를 기록한다면 1999년 3월(100만달러 적자) 이후 11년 만이다.

물론 3월 하순 실적이 집계되지 않아 최종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지난 2월에도 1~20일에는 4억5000만달러 적자였지만 2월 전체로는 5억4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전문가들도 아직까지는 대미 무역적자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국내 경기가 미국보다 빠르게 회복되면서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미국으로의 수출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결과일 뿐"이라며 "추세적 현상으로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1~20일 대미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0.4% 증가한 반면 수입은 119.6%나 뛰었다. 수입 품목별로 보면 항공기 및 부품(743.5%),반도체 제조용 장비(404.9%),정밀기계(230.5%)가 큰 폭으로 늘었다. 미국이 최근 통상압력을 강화하고 있는 자동차(58%)와 농 · 축산물(71%) 수입도 증가했다. 따라서 대미 무역적자를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미국의 통상압력이 강화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주용석/서기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