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긴급 진단] "집값 너무 높다…하락 불가피" VS "일부 조정만…급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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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연구소, 美·日 버블때보다 높아…인구변화도 한몫
부동산 전문가, 합리적으로 결정된 가격…주택수요 여전
부동산 전문가, 합리적으로 결정된 가격…주택수요 여전
최근 집값 하락을 전망하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운데다 인구 감소,주택공급 과잉 등의 원인이 복잡하게 엮여있어서 집값 회복이 쉽지않을 것이란 논리다. 지역에 따라서는 급락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기업 산하 경제연구소들이 이 같은 전망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일본을 잃어버린 10년으로 이끈 것과 같은 집값 폭락 현상은 없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 관련 민간 연구소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다만 이들도 국내 집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집값은 단순히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수도권 집값 지나치게 높다"
집값 하락 여론확산에 불을 지핀 곳은 현대경제연구원과 산은경제연구소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아파트 값 하락 가능성과 시사점'이라는 17쪽의 분량의 보고서를 내고 "국내 집값이 현재 소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데다 그동안 소비를 주도해온 베이비붐(1950년대 태생)세대가 노령화되면서 주택 수요가 상당히 줄어들기 때문에 향후 주택가격은 자연스럽게 하향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보고서는 또 "1999~2009년까지 수도권 집값 상승률은 연 평균 9.7%에 이른 반면 2003~2007년까지 가구당 월별 실질 소득은 311만원으로 변함이 없다"며 "국내 평균 연봉이 2710만원임을 감안하면 한푼도 안쓰고 13년을 모아야 수도권에 20평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비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주택 구매가 왕성했던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하고 2014년부터는 핵심 주택구매 계층인 30~40대의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집값 상승을 이끈 수도권 인구 상승률도 올해엔 2.1%로 2001년(2.8%)보다 0.9%포인트나 낮아졌다"며 "주택수요 감소는 필연적으로 집값 하락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은경제연구소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3분기 대비 작년 3분기 미국과 영국의 주택가격은 각각 17%,15% 이상 빠졌는데 한국만 오히려 2% 이상 올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생긴 과잉유동성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산은연구소는 국내 PIR(집값소득비율)는 6.2배로 미국(3.5배)과 일본(3.7배)보다 훨씬 높다고 계산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집을 사기 위해선 연소득을 6년 이상 한푼도 안쓰고 모아야 하는 반면,미국과 일본은 3년 정도의 소득이면 된다는 뜻이다. 특히 서울의 PIR는 12.6배로 미국의 뉴욕(7.2배),샌프란시스코(9.1배)보다도 높다는 것이다.
산은연구소는 "이 같은 국내 집값은 과거 미국이나 일본의 버블시기보다 높은 것으로 주택가격 하락이 임박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국내 가구 구조상 큰 충격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값은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결정된 것"
반면 집값 급락 주장에 동조하지않은 전문가들은 최근 연구소들의 의견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유동성으로 상승한 집값이 일부 조정은 있겠지만,최근 경제연구소들이 내놓은 전망대로 급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특히 강남의 집값은 일반인들의 시각에선 비싸지만,현지 거주자들의 소득은 그 가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결정된 것"이라며 "서울의 PIR가 12.6배로 다른 주요 도시보다 높다는 주장 역시,집값의 평균값을 산술적으로 낸 수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을 평균내지 않고 가격대의 중간값을 쓴다면 서울의 PIR는 9.4배 수준으로 시드니(9.1배) 밴쿠버(9.3배) 정도와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인구 구조의 변화로 인한 집값 하락 주장에도 반론이 있다. 인구 감소에 따라 주택 수요도 줄겠지만,공급도 같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이 요인이 반드시 집값 하락으로 나타나기는 힘들다는 주장이다. 또한 특정지역의 주택이주 수요를 갑자기 2배 이상 팽창시키는 재개발 · 재건축 사업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집값 하락을 막는 요인이 된다고 강조한다. 현재 서울에서만 진행 중인 사업이 990곳에 달한다는 것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35~44세의 핵심구매층 인구는 감소하지만 1~2인 가구가 급증해 전체적인 주택 수요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특히 집값은 인구나 산업 구조의 변화보다 금리에 민감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처럼 가계 대출이 많은 상황에선 금리 수준이 집값을 움직여 왔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연구소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대출금리가 연 8%에 접근하면 주택투매 현상이 나오고,6.5% 수준에선 집값이 안정세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현재 은행의 대출금리는 5~6% 수준이다. 김 소장은 "최근 한국은행 총재로 임명된 김중수 총재 등의 행보를 고려하면 출구전략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집값 급락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도 집값 급락은 없다는 쪽에 섰다. 조 교수는 "소득 대비로 보면 PIR는 오히려 1991년 16배에서 12배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과거 평균치로 보면 버블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내 주택문제의 본질은 필요한 곳에 필요한 주택이 없다는 점"이라며 "따라서 인기있는 지역은 비싼 가격에도 더 오를 것이고 반대의 경우는 떨어지는 등 앞으론 지역별 차별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반면 일본을 잃어버린 10년으로 이끈 것과 같은 집값 폭락 현상은 없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 관련 민간 연구소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다만 이들도 국내 집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집값은 단순히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수도권 집값 지나치게 높다"
집값 하락 여론확산에 불을 지핀 곳은 현대경제연구원과 산은경제연구소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아파트 값 하락 가능성과 시사점'이라는 17쪽의 분량의 보고서를 내고 "국내 집값이 현재 소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데다 그동안 소비를 주도해온 베이비붐(1950년대 태생)세대가 노령화되면서 주택 수요가 상당히 줄어들기 때문에 향후 주택가격은 자연스럽게 하향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보고서는 또 "1999~2009년까지 수도권 집값 상승률은 연 평균 9.7%에 이른 반면 2003~2007년까지 가구당 월별 실질 소득은 311만원으로 변함이 없다"며 "국내 평균 연봉이 2710만원임을 감안하면 한푼도 안쓰고 13년을 모아야 수도권에 20평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비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주택 구매가 왕성했던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하고 2014년부터는 핵심 주택구매 계층인 30~40대의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집값 상승을 이끈 수도권 인구 상승률도 올해엔 2.1%로 2001년(2.8%)보다 0.9%포인트나 낮아졌다"며 "주택수요 감소는 필연적으로 집값 하락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은경제연구소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3분기 대비 작년 3분기 미국과 영국의 주택가격은 각각 17%,15% 이상 빠졌는데 한국만 오히려 2% 이상 올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생긴 과잉유동성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산은연구소는 국내 PIR(집값소득비율)는 6.2배로 미국(3.5배)과 일본(3.7배)보다 훨씬 높다고 계산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집을 사기 위해선 연소득을 6년 이상 한푼도 안쓰고 모아야 하는 반면,미국과 일본은 3년 정도의 소득이면 된다는 뜻이다. 특히 서울의 PIR는 12.6배로 미국의 뉴욕(7.2배),샌프란시스코(9.1배)보다도 높다는 것이다.
산은연구소는 "이 같은 국내 집값은 과거 미국이나 일본의 버블시기보다 높은 것으로 주택가격 하락이 임박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국내 가구 구조상 큰 충격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값은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결정된 것"
반면 집값 급락 주장에 동조하지않은 전문가들은 최근 연구소들의 의견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유동성으로 상승한 집값이 일부 조정은 있겠지만,최근 경제연구소들이 내놓은 전망대로 급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특히 강남의 집값은 일반인들의 시각에선 비싸지만,현지 거주자들의 소득은 그 가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결정된 것"이라며 "서울의 PIR가 12.6배로 다른 주요 도시보다 높다는 주장 역시,집값의 평균값을 산술적으로 낸 수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을 평균내지 않고 가격대의 중간값을 쓴다면 서울의 PIR는 9.4배 수준으로 시드니(9.1배) 밴쿠버(9.3배) 정도와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인구 구조의 변화로 인한 집값 하락 주장에도 반론이 있다. 인구 감소에 따라 주택 수요도 줄겠지만,공급도 같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이 요인이 반드시 집값 하락으로 나타나기는 힘들다는 주장이다. 또한 특정지역의 주택이주 수요를 갑자기 2배 이상 팽창시키는 재개발 · 재건축 사업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집값 하락을 막는 요인이 된다고 강조한다. 현재 서울에서만 진행 중인 사업이 990곳에 달한다는 것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35~44세의 핵심구매층 인구는 감소하지만 1~2인 가구가 급증해 전체적인 주택 수요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특히 집값은 인구나 산업 구조의 변화보다 금리에 민감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처럼 가계 대출이 많은 상황에선 금리 수준이 집값을 움직여 왔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연구소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대출금리가 연 8%에 접근하면 주택투매 현상이 나오고,6.5% 수준에선 집값이 안정세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현재 은행의 대출금리는 5~6% 수준이다. 김 소장은 "최근 한국은행 총재로 임명된 김중수 총재 등의 행보를 고려하면 출구전략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집값 급락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도 집값 급락은 없다는 쪽에 섰다. 조 교수는 "소득 대비로 보면 PIR는 오히려 1991년 16배에서 12배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과거 평균치로 보면 버블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내 주택문제의 본질은 필요한 곳에 필요한 주택이 없다는 점"이라며 "따라서 인기있는 지역은 비싼 가격에도 더 오를 것이고 반대의 경우는 떨어지는 등 앞으론 지역별 차별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