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들에게 들어보니…] 강남 큰손들 부동산 팔아… 뭉칫돈 들고 채권시장 '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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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종금·NH투자증권 등 소매 채권판매 월 2000억이상
낮은 금리와 부담스러운 주가로 고민하던 개인투자자들이 채권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강남권 자산가들은 추가상승 기대감이 낮은 부동산을 팔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우량채권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발행된 동양메이저 회사채 청약에는 3000억원가량의 시중자금이 몰렸다. 신용등급이 'BB+'인 투기등급 채권이지만 발행금리가 7.89%로 연 4%대인 시중은행 예금금리보다 훨씬 높아 발행 예정금액인 1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시중금리가 많이 떨어진 탓에 10억원대 자금을 싸들고 온 고객도 꽤 있다"며 "최근 들어 신용등급이 다소 낮아도 회사채 발행이 잘 되는 일부 기업 채권엔 수십억원대 뭉칫돈을 넣는 고객들이 심심찮게 보인다"고 귀띔했다.
실제 지난해 소매채권 판매 1위를 차지한 동양종금증권은 올 들어서도 매월 꾸준히 2400억원가량의 채권을 리테일 영업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최근 채권 판매의 강자로 떠오른 NH투자증권도 3월 들어 지난주까지 2478억원어치의 소매채권을 팔았다.
이처럼 채권시장으로 유입되는 대규모 자금 중엔 부동산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구기동 김모씨(78)는 "지난달 역삼동 빌딩을 매각한 자금 80억원을 모두 채권과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상품에 투자했다"며 "향후 부동산시장에 대한 확신이 없어 투자할 만한 다른 대안을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연정 압구정 하나은행 PB팀장은 "최근 부동산 투자를 원했던 고객 세명이 비우량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채권펀드 등 다른 간접투자상품으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최안호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 신사지점장도 "급매물을 잡기 위해 6개월~1년 사이의 단기 채권이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자금을 넣어뒀던 고액 자산가들이 최근 신규로 채권에 투자하거나 장기물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짐에 따라 인근 은행과 증권사들도 사모펀드 등 간접투자 상품을 만들어 부동자금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채권투자층도 다양해지고 있다.
대형 증권사의 채권영업부 한 관계자는 "예전엔 압구정동이나 서초동,동부이촌동 등 '부촌'을 중심으로 연배가 높은 고객들의 투자가 많았지만 최근엔 자산 규모가 5000만~1억원 정도의 30~40대들도 채권 투자 방법을 물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예전엔 고금리 채권에만 관심을 보였지만 지금은 신용등급과 재무상태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채권 수요가 증가하면서 회사채 발행시장에도 봄볕이 들고 있다. 작년 하반기까지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신용등급 'BBB+'이하 건설사들도 올 들어서는 매월 평균 2000억원가량의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이하정 SK증권 연구원은 "비우량채권에 대한 수요 회복 등으로 채권값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4월 건설과 조선 등 주요 업종의 구조조정안이 발표가 예정돼 있어 한 차례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 대상 선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지연/성선화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