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7위 조선업체인 성동조선해양이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이를 신호탄으로 중견 조선업체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다시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대형사들도 기존 물량을 잇달아 취소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잘 나가던 성동조선마저 '흔들'

2일 금융권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은 지난달 말부터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등과 채권단협의회를 구성,향후 구조조정 절차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다음달 말까지 채권단협의회와 채무조정 등을 놓고 협의할 예정이다. 업계는 성동조선해양이 채권단과의 협의를 마친 뒤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거나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등의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채권단협의회와 구조조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 것은 맞지만,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은행 관계자는 "성동조선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기존 수주물량 대부분이 자동 계약 취소될 소지가 높아 워크아웃은 적용될 가능성이 낮아보인다"고 귀띔했다.

성동조선해양은 군인공제회,우리은행 등이 대주주인 조선사로, 올 들어 선박 18척을 확보해 상선 수주 부문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선물환거래로 6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으며 선박 대금 미지급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앞서 국내 8위 조선사인 SLS조선(옛 신아조선)은 작년 12월 오랜 수주 가뭄과 선박 인도 연기,발주 취소 사태 등을 견디지 못하고 워크아웃을 신청한 상태다.

◆대형 조선사들은 발주취소 '공포'

외신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독일 리크머스사로부터 수주한 컨테이너선 9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취소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 측은 "현재 리크머스사와 선박 건조 계약을 취소하기로 합의한 상태는 아니다"라며 "다만 선주사와 인도 시기 연장 등 다양한 옵션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계약 취소가 확정되면 수주 가뭄에 시달려온 조선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에도 유조선 5척(4802억원 규모)에 대한 선박 건조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다른 선주사들도 계약을 취소하거나 선박 인도시기를 늦출 공산이 커졌다. 독일 선박금융업체 로이드폰즈는 한진중공업에 발주한 컨테이너선 2척에 대한 계약을 취소한 상태다.

올 들어 잇단 선박 수주를 계기로 턴어라운드를 기대했던 대형 및 중견 조선업체들이 다시 비상사태를 맞게 된 셈이다. 그동안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의 국내 '빅4' 조선사들은 올 1분기 동안 작년 동기 대비 5배에 달하는 54억900만달러어치의 선박 · 플랜트를 수주하면서,조선업이 회복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바닥만 확인했을 뿐 조선업의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는 아직 멀었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보여왔다. 수주 회복세가 본격적인 시황 회복 때문이 아니라 운영자금이 마른 조선업체들이 단기 자금 확보를 위해 '생존형 수주'를 본격화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봄날은 언제 오나…"

조선 관련 각종 지표들 역시 아직 봄날을 느끼기엔 부정적이다. 지난달 1일 기준으로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잔량은 총 517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2008년(6750만CGT)보다 4분의 1가량 줄었다. 올 하반기부터 상선 수주가 대폭 늘어나지 않으면,조선소를 더 이상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선가 지수 역시 1년 반 이상 연속 하락해 136포인트 선을 맴돌고 있다. 2004년 7월 이후 최저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3사의 현금성 자산은 총 2조7395억원으로 2008년 말(5조9569억원)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했다.

김동민/장창민/박동휘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