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 주가가 휘청이고 있다.

국내증시에 상장된 지 채 2년도 안된 연합과기가 회계처리 문제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퇴출 위기에 몰리면서 그 여파가 다른 중국 상장 기업들에까지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과기, 매년 퇴출 '위기'

한국거래소는 2일 연합과기에 회계감사인의 감사의견 비적정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연합과기는 하한가를 기록한 채 장중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시대리인이 감사범위 제한을 통보해 회사 측에 조회공시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과기는 지난해에도 상장폐지 문턱까지 갔었다. 2008년 12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연합과기는 5개월 만인 작년 4월 감사의견 '거절'을 받고 퇴출 위기에 몰렸다. 자회사 리헝의 실적을 입증할 수 없었다는 게 감사인의 설명이었다.

연합과기는 이후 문제가 된 리헝 공장의 매출을 입증해 가까스로 감사의견을 '한정'으로 돌려놓은 뒤 회계법인까지 바꿨지만, 지난해 9월 반기보고서의 '의견거절'을 받아 또다시 문제가 됐다.

회사는 리헝공장을 매각하고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했다. 자사주 취득 등 주가 부양책도 내놨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114억여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은 이어졌다. 아직 감사결과가 나오지 않아 이마저도 확정적이지 않은 상태다.

만약 이번에 '거절'이나 '한정' 감사의견을 받으면 연합과기는 상장한지 채 2년도 안 돼 증시에서 퇴출된다.

◆中 상장사 동반 급락…회계처리 不信

연합과기 '악재'는 한국 증시에 상장한 다른 중국기업들에도 불똥이 튀었다.

이날 화풍집단 KDR이 전날보다 530원(8.48%) 떨어진 5720원에 거래를 마친 것을 비롯, 중국원양자원(-5.68%) 차이나하오란(-4.72%) 중국식품포장(-3.29%) 차이나그레이트(-2.44%) 3노드디지탈(-2.38%) 등이 급락했다. 지난달 말 상장한 '새내기주' 차이나킹은 7% 넘게 떨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의 회계처리가 불투명하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이번 연합과기 사태를 계기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한국증시에서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거래소도 중국기업의 상장 숫자에만 연연할 게 아니라 이제는 기업의 질에도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