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을 조기 도입하는 삼성과 LG그룹 10개 계열사의 감사보고서는 새 회계기준으로 인한 실적 쇼크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회계 방식이 달라 개별재무제표에서는 다소 실적 차이가 나겠지만 연결 기준으로 작성한 장부에서는 이익과 자산 변동이 크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개별 기업별 실적 변화폭이 만만치 않고,특히 지주사의 경우 대폭적인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김태식 공인회계사회 연구위원은 "IFRS는 회사가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통해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이를 주석에 자세히 설명하는 '원칙 중심'의 회계 방식이기 때문에 장부에 나타난 숫자의 이면을 읽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연결기준 실적 변화폭 크지 않아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2009년 감사보고서에서 드러난 메시지는 IFRS 도입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향후 주(主) 재무제표가 될 연결 기준으로 보면 기존 회계 방식과 IFRS 방식 간 실적 차이가 미미한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분석 대상인 삼성 · LG그룹 10개 계열사 중 이번에 연결실적 비교표를 제출한 곳은 6곳이다. 이들의 경우 기존 방식과 IFRS 장부상 순이익의 차이는 12.4%에서 -15.8%로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결 기준 재무제표란 기업의 실체를 잘 파악하기 위해 자회사들의 실적을 모회사에 그대로 반영해 작성한 장부를 말한다. 예컨대 지분율 60%인 미국 자회사가 있을 경우 그 회사 수익의 60%가 모회사 실적에 반영되는 방식이다. 현행 한국 회계기준에서는 주 재무제표로 개별재무제표를 쓰지만 IFRS에서는 연결재무제표가 사용된다. 김태식 연구위원은 "예상대로 연결 기준 재무제표로 보면 두 회계 방식 간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연결 의무가 없어 개별재무제표만 제출한 나머지 4개사는 모두 순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디지털이미징은 순이익 하락률이 34%에 달했고 LG생활건강도 26% 줄었다. 하지만 이는 IFRS 방식 개별재무제표의 경우 해외 자회사들의 지분법 이익을 장부에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이란 점에서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장석일 금융감독원 팀장은 "조기 도입한 일부 기업의 실적 결과를 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 실적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은 점은 IFRS 도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주회사는 실적 크게 하락

이번 분석의 또 다른 특징은 지주회사의 대폭적인 실적 감소다. 연결 기준 재무제표 결과를 제출한 ㈜LG의 경우 IFRS 방식의 순이익이 1조5800억원으로 현행 장부에 나온 5조2200억원보다 70%나 급감했다. 이는 연결 대상 자회사의 범위가 크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LG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기존 방식에 따를 경우 LG전자,LG화학,LG CNS,LG생활건강,LG데이콤 등 162개 종속회사가 연결되지만 새 기준에선 LG화학,LG CNS 등이 대거 빠지고 29개사만 연결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연결 대상의 차이는 한국회계기준에선 지분율 30% 이상이면 연결 대상이지만 IFRS 방식에선 50%를 초과하거나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한 자회사를 연결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나 업종에 따라 실적 변화가 클 수도 있다.

이갑재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LG의 경우 장부상 숫자가 크게 낮아졌지만 기업의 실질 가치에서는 변화가 없다"며 "IFRS시대에는 장부를 소화해내는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