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사 현금영수증' 첫날…"수입 다 드러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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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 이상 발급 의무화
현금 장사한 학원도 비상…발각땐 누락분 추징+50% 과태료
稅파라치 포상금 최대 300만원
현금 장사한 학원도 비상…발각땐 누락분 추징+50% 과태료
稅파라치 포상금 최대 300만원
1일 오전 서울 서초동에 있는 변호사 5명 규모의 한 법무법인.변호사들은 이날부터 시행된 '고소득 전문직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화'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변호사 수임료를 현금으로 받아 온 관행을 더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세(稅)파라치'까지 동원된다니 대책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한 사람이라도 영수증을 발급 안하다 걸리면 전원이 피해볼 수 있으니 전부 발급하자고 의견은 모았지만 가뜩이나 경기도 안좋은데 세금부담을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문직들이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화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30만원 이상 거래 대금을 현금으로 받았을 때 소비자의 요청 여부와 상관없이 현금영수증을 의무적으로 발급하게 돼 '세금 폭탄'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만약 영수증 발급을 안하면 신고누락분을 세금으로 추징당하고 50%를 과태료로 내야 한다. 발급의무 위반자를 신고한 소비자는 최대 300만원을 포상받는다.
국세청에 따르면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사업자는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법무사 등 사업서비스업과 종합병원 일반병원 치과 한의원 등 보건업,학원 골프장 예식장 부동산중개업 등 기타 업종 사업자 약 23만명.원래부터 세금계산서를 발급받는 기업 고객이 대부분인 변리사나 회계사 등은 별 영향이 없을 전망이지만 변호사,의사,학원 업계 등은 적지않은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개인 변호사로 활동하다 최근 강남에 법무법인을 차린 변호사는 "기업 고객이 많은 법무법인들과 달리 일반인 고객이 많은 개인 변호사 사무실이나 변호사 5~6명 규모의 '무늬만 법인'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수임료가 1000만원 이상이면 신용카드 한도액 때문에 고객들이 계좌이체를 하거나 수표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동안 이 돈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법무법인 변호사는 "개인 변호사들은 사건을 물어오는 '브로커'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1000만원짜리 사건이라면 브로커 비용으로 300만원,세금으로 400만원 정도 떼게 돼 300만원밖에 떨어지지 않는 셈"이라며 "세금을 제대로 내려면 브로커를 쓰기가 거의 불가능하게 돼 변호사 수 급증으로 사건 수임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라고 말했다.
의료업계에서는 보험진료가 거의 없어 매출 투명성이 적었던 성형외과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세무사는 "강남에서 연간 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한 성형외과 원장이 '세금을 안 낼 수 있는 방안이 없겠느냐'며 긴급히 상담을 요청했다"며 "성형외과 의사들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원 업계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세금을 더 내야 할 뿐만 아니라 매출을 축소시키면서 감춰왔던 수강료 상한 위반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강남구 대치동에서 학원을 경영했던 J씨(34)는 "예컨대 실제 1300만원을 벌지만 수강료 상한을 지키기 위해 1000만원 외 300만원을 숨겨왔다"며 "현금 영수증을 발급하면 매출 누락이 드러나게 생겼다"고 말했다. J씨는 "규모가 작은 학원은 아예 신용카드를 안받기도 하고 규모가 다소 크면 신용카드를 받더라도 현금으로 내면 학원비의 5~10%를 할인해 주기 때문에 현금 거래 비율이 30% 정도는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학원같이 거래대금이 소규모인 곳에서는 돈을 30만원 미만으로 '쪼개서' 받는 변칙도 저질러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를 들어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네 과목을 10만원씩 받았다고 하면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거래대금을 40만원으로 보고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줘야 한다"며 "이를 어기면 마찬가지로 세파라치의 신고대상"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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