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 의상 퇴조, 굽 높은 `킬힐' 매장서 밀려나

지난해 강렬하고 화려한 이미지가 많이 반영됐던 여성 패션 경향이 올 들어 은은하게 여성미를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불황기에 여성들이 과감한 디자인의 옷을 즐겨 입고 경기가 풀리면 좀 더 차분하고 로맨틱한 의상을 선호하게 된다는 패션계의 `유행 공식'이 들어맞은 셈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백화점에서 인기를 끄는 여성 의류들은 연한 느낌의 파스텔톤 색상을 많이 쓰고 하늘하늘한 레이스를 달아 여성적인 분위기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검은색과 짙은 빨간색을 많이 쓰고 어깨선을 부각시킨 의상이나 허리선을 도드라지게 한 상품이 인기를 끌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본점 여성복 매장에는 여성스러운 색깔인 분홍색과 오렌지색을 쓴 의류가 봄 신상품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원피스와 블라우스에는 부드러운 느낌의 시폰 소재가 많이 사용되고, 몸매를 그대로 살려주는 바디컨(Body-con) 원피스보다는 차분한 느낌의 A라인 원피스가 주류를 이룬다.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여성 브래드인 이자벨마랑은 작년 동기 대비 58.6%, 질스튜어트는 32.7% 매출이 증가하는 등 여성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브랜드의 매출 증가세가 눈에 띈다.

화장품 매장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해 빨간색 등 강렬한 색상이 인기를 끌었다면 올해에는 레몬색이나 엷은 분홍색을 쓰는 립스틱이 잘 팔린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1∼3월 주요 화장품 브랜드의 립스틱 판매량에서 분홍색 계통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30∼40%로 가장 높다"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빨간색이 1위였다"고 전했다.

잡화류도 튀는 디자인보다는 자연스럽고 여성스러운 느낌을 살린 제품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여성용 가방은 수납공간이 넉넉하면서 파스텔톤 색상을 적용한 상품이 인기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샤넬과 니나리찌, 마틴싯봉이 대표적인 인기브랜드로 꼽힌다.

신발 역시 굽 높이가 매우 높은 `킬힐(kill heel)'을 찾아보기 어렵고, 굽이 거의 없거나 2㎝ 미만의 '플랫슈즈', 굽이 2∼3㎝ 정도인 `키튼힐(kitten heel)'이 매장에 주력 제품으로 나와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흐름에 연동해 패션 디자인이 변하는 경향이 있다"며 "올 들어 경제상황이 좋아지면서 과감한 디자인이나 노출을 절제하고 `요조숙녀' 같은 이미지를 주는 의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