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18일 구조조정 대상으로 발표한 26개 지방공기업의 실태는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방만한 경영에 따른 자본잠식은 기본이고 서너 명이 해도 되는 일을 수십명이 하는 등 비효율 경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정부는 다른 지방공기업에 대해서도 전문가를 동원해 경영상태를 진단할 예정이어서 지방공기업의 부실경영이 더 적발될 가능성이 높다.

◆청산

충남도가 2004년 만든 충남농축산물류센터관리공사는 정리대상 1호로 꼽혔다. 이 공사는 충남도와 천안시 농협 등이 1999년 자본금 191억원을 투자한 ㈜중부농축산물류센터의 후신이다. 농축산물 유통을 혁신하겠다며 출범한 이 회사는 운영 4년 만에 자본금이 모두 잠식됐다. 500억원에 가까운 빚더미에 올라 경매 위기에 처하자 충남도는 2004년 공사로 전환해 직접 관리했다. 경매로 넘어갈 경우 200억원가량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직원 11명이 근무하는 이 회사는 이후 7년 동안 '돈 먹는 하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충남도는 지역 농수산물 유통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면서 운영했으나 역부족이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무런 회생계획도,경영합리화 계획도 없이 세금만 갉아먹는 애물단지로 평가됐다. 정부는 공사의 핵심 자산인 물류센터를 민간에 매각토록 했다.

강원 태백시가 567억원,코오롱컨소시엄이 484억원을 출자해 2001년 설립한 태백관광개발공사도 '식물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청산대상으로 지목됐다. 공사가 직격탄을 맞은 것은 '오투리조트' 운영실패에서 비롯됐다.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목표로 2008년 골프장 스키장 콘도 등을 갖추고 문을 열었지만 고객유치에 실패해 지금은 전기료를 낼 돈도 없는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7일 농협에 17억원 융자까지 신청한 상태다. 작년 영업적자만 250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16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는 게 평가단의 결론이다. 정부는 태백관광을 청산하되 지분을 민간에 매각해 민영화하는 방법을 찾도록 권고했다.

통영관광개발은 '조건부 청산'지시를 받았다. 46명을 고용하고 있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통영 미륵산에 설치된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것뿐이다. 정부는 산양스포츠파크와 해상교통망 · 도남관광지 운영 등 정부 지시사업을 이행토록 하고,제대로 추진하지 못할 경우 청산하겠다고 못박았다.

◆통합 · 경영개선

구미원예공사와 구미시설공단,김포도시공사와 김포시설공단 등 10개 공단에 대해선 조직통폐합 조치가 내려졌다. 각 공사와 공단의 중복 조직과 업무,인원을 줄이겠다는 것.김포도시공사와 김포시설공단의 경우 공영주차장과 입장료 징수 업무 등의 부문에서 27명을 감축해야 한다. 춘천도시공사와 춘천시설공단에 대해선 35명 감축과 보상업무를 전문기관에 위탁하라고 명령했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에서 골프 리조트 빌리지 알펜시아를 조성 중인 강원도개발공사에 대해 경영개선 명령이 내려졌다.

알펜시아 사업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1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개발계획이다. 정부는 이 회사에 강원랜드 출자지분 2316억원과 원주무실아파트 부지(330억원),알펜시아 캐슬 및 전원형 캐빈 부지(218억원),본사사옥(82억원) 등을 매각하도록 요구했다.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지나치게 많은 사업을 한꺼번에 벌이고 있는 점을 지적받았다. 정부는 인천도개공이 추진하는 서구 금곡지구 택지개발(사업비 4784억원),동구 송림초교 주변 주거환경개선(3982억원),중구 영종하늘도시와 서구 경서지구 임대아파트건설 사업 등의 시기를 조정하도록 지시했다. 아울러 사업비 1조1275억원 수준의 송도사이언스빌리지와 송도메리어트호텔 운영 등 목적 외 사업을 이관하도록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