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가치는 별개의 개념이 아닌 동전의 양면입니다. "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사장은 자신과 회사의 운용철학을 이 한마디로 표현했다. 그는 1994년 현대종합금융에서 운용역 생활을 시작한 지 17년째 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베테랑 펀드매니저다. 황 사장은 "운용사로 보면 '신생'이라 할 수 있지만 트러스톤의 전신인 IMM투자자문부터 치자면 12년 된 중견 운용사"라고 트러스톤을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 본사 접견실의 한쪽 면에 위치한 각종 상장과 상패들은 황 사장과 트러스톤의 12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2001년 말 387억원에 불과했던 운용자산규모는 8년여 만에 2조8000억원까지 불어났다. 2008년 운용사 전환 후 첫 출시한 공모펀드인 '트러스톤칭기스칸'은 설정일(6월27일) 이후 46%의 수익률로 코스피 지수(11%)를 35%포인트나 웃돌며 2300억원대 펀드로 급성장했다. 덩치만 커진 게 아니다. 2005년 '국민연금 순수 주식형 우수 운용사'로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2006년 '우수 운용 정통부장관상', 2008년 '제로인 한국펀드대상', 2009년 '사학연금 선정 우수 위탁운용사'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올초 제로인으로부터 수상한 '기관선정 우수운용사 상'을 가장 값진 상으로 꼽았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내 22개 기관투자가들의 평가를 거쳐 당당히 선정됐기 때문이다.

황 사장은 회사의 운용 철학을 설명하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장기적으로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한 후 내재가치 이하에서 투자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며 "많은 투자자들이 '성장'에 빠져 '가치'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분명 성장하는 나라가 맞긴 하지만 2007년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로 시장이 과도하게 오른 걸 감지하지 못해 결국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는 얘기다.

황 사장은 "워런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이 투자해 엄청난 차익을 올리고 있는 중국 자동차업체 BYD는 가치주라기보다는 성장주에 가깝다"며 "버핏은 다만 성장가능성에 비해 싸다는 판단을 갖고 샀으며 그게 바로 가치 투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식 투자에서 위험은 주가의 변동이 아니라 기업 펀더멘털(내재가치)의 변화"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항상 탐방을 가고 주가수준(밸류에이션)에 대한 평가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 사장은 "운용사 전체적으로 1년에 2000번 이상 기업탐방을 가고 세미나에 참석한다"며 "기업탐방을 통해 투자기업의 변화를 살피고 새로운 투자기업을 발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운용철학에 근거해 비싸진 주식을 팔고 싼 주식을 다시 사 모으다 보면 시장흐름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시장이 상승 횡보 하락하는 모든 국면에서 시장수익률을 앞서는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황 사장은 속도조절은 있을 수 있지만 2년 이상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우리 증시는 2012년까지 상승장이 지속될 것이며 거품이 조금 낀다면 3000포인트까지 갈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황 사장은 "3000포인트 근처에 가면 주식을 팔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전망의 배경으론 △저금리 기조 지속 △국내 기업의 REO(자기자본비율) 상승 △빠른 금융자산 축적 속도 등을 들었다. 황 사장은 "저금리 기조로 인해 주식과 채권 간 상대적인 매력도를 보여주는 '일드갭'(수익률차)이 올라와 주식자산의 매력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내기업들이 외환위기와 카드사태를 겪으면서 내성이 강해졌다"며 "세계적인 증권정보업체인 IBES에 따르면 국내 기업 ROE는 2005년을 기점으로 세계평균을 상회하기 시작했지만 주식시장은 여전히 세계평균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급상황도 구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국민연금 운용규모는 올해 320조원,2020년에는 100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며 "이뿐 아니라 퇴직연금 변액보험 등 여러 부분에서 금융자산의 축적이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점차 가시화되는 중국 긴축 움직임이나 일부 국가의 재정악화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염려할 일은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은 중국 금리인상 때 일시적인 충격을 두려워하는 것뿐"이라며 "금리가 추세적으로 올라가면서 시장도 같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금리인상은 부동산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며 내수확장 정책은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또 "위안화 절상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국가 간 무역불균형을 완화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일부 유럽국가를 비롯해 심지어는 미국 일본까지 재정위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국제 공조화를 통해 해결될 것"으로 분석했다.

올 하반기는 미 증시 강세의 영향을 받아 1900선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가계부채 조정국면이 진행 중인 미국은 3분기나 4분기에는 저축률이나 가계부채부담비율이 적정 수준에 도달하면서 소비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미 증시가 좋을 때 한국이 나쁜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외국인은 한국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며 "전 세계 어느 증시와 비교해도 한국시장이 매력적이라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이 주식을 다시 사고 있고 연초 이후에도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라는 설명이다.

황 사장은 월스트리트의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히는 존 템플턴 경의 말을 인용해 개인투자자들에게 대한 당부의 말을 마지막으로 건넸다. "'주식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하는데 왜 인간은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걸까'라는 질문에 존 템플턴은 '어리석지만 그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했습니다. 환매한 후 뒤늦게 더 높은 지수대에서 재가입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

글=서정환/사진=양윤모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