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LPGA투어 데뷔 초기 향수병에 걸려 한국에 무척 가고 싶었어요. 아버지(배찬수)께서 다음 주 대회에서 성적이 좋으면 한국에 갔다오도록 허락해 주겠다고 하셨어요. 당시 샷을 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외친 게 '컴백홈'이었지요. 한국 드라마가 보고 싶을 때는 '비디오'라는 세 글자를 속으로 되뇐 적도 있어요. (웃음)"

배경은(25 · 볼빅)은 골프의 모든 샷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리듬'이라고 말했다. 골프 스윙 때 사진 찍는 것을 떠올리면 좋다는 게 그의 설명."사진 찍을 때 '하나 둘 셋 김치'라고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골프 스윙 때도 '하나 둘 셋'을 염두에 두세요. 이런 템포로 하면 스윙도 훨씬 자연스럽고 리듬감도 쉽게 타게 돼요. "

리듬은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 등 모든 샷에 적용된다. 모든 스윙은 자연스러운 속도를 내야 한다. 드라이버나 아이언샷 때 백스윙이 빠르면 출발부터 스윙의 리듬을 잃게 된다. 백스윙을 천천히 해야 다운스윙 때 속도를 낼 수 있다. 여기서도 속으로 '하나 둘 셋'의 리듬감을 타면 좋다. 야구공을 던질 때 투수들이 취하는 와인드업 동작에도 리듬감은 그대로 적용된다. 공을 어깨 뒤로 천천히 옮겼다가 앞으로 내던지면서 릴리스 포인트에 다다르고 그 후에 최고 속도를 내는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하나'를 외칠 때 백스윙을 천천히 하고,'둘'에서는 다소 가속도가 붙는 다운스윙을,'셋'은 가장 속도가 빠른 임팩트와 그 후 동작이 이뤄지는 게 제일 편하다. '하나 둘 셋'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른 단어로 바꿀 수 있다. '컴백홈'뿐만 아니라 '에델바이스' 등 개인마다 새로운 어구를 생각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모든 선수가 3박자의 리듬을 타는 건 아니다. 짧고 파워풀한 스윙을 하는 재미교포 앤서니 김은 '하나 둘'의 2박자 템포를 유지한다. 이는 스윙이 한결 간결해지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김미현은 '하나 둘 셋 넷'에 가까운 스윙을 한다. 물론 이렇게 상대적으로 긴 리듬은 하체가 단단히 고정돼 있어야 가능하다.

몸이 유연한 상태여야 리듬감을 유지하기 더 쉬워진다. 유연성을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의 근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피트니스 훈련이 필수다.

클럽 피팅도 어떻게 보면 리듬감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클럽헤드 무게가 일관성 있어야 클럽마다 리듬감이 더 잘 유지된다. 드라이버 아이언 피칭웨지 등의 무게가 골퍼의 손에서 적당하게 맞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헤드 무게를 느끼면서 리듬감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프로골퍼들이 샷할 때 일정한 패턴을 반복하는 것(루틴)도 리듬과 관련이 있다.

정리=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