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문화센터가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굳히고 있다. 지난해 롯데 · 현대 · 신세계 등 백화점 빅3의 문화센터 수강생은 8만여개 강좌에 85만명에 달한다. 서울 · 수도권의 중견 백화점과 지방 백화점을 합할 경우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백화점 문화센터의 시초는 1984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되기 전 신세계가 운영하던 동방플라자다. 초기 점포당 월 50개 정도에 불과했던 강좌 수는 현재 월 1000여개로 20배가량 늘었다. 수강생도 과거 주부 중심에서 최근에는 남성 직장인이나 어린이,실버 세대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권영규 신세계 문화팀장은 "백화점 문화센터는 백화점들의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트렌드에 민감한 백화점이 운영하다 보니 강좌 변천사만 봐도 시대 흐름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봄 트렌드는 몸짱과 막걸리

2일부터 시작되는 올봄 교육 강좌에는 피트니스 프로그램과 전통주 · 막걸리 강좌 등이 대거 신설됐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걷기 열풍'을 반영해 올바른 워킹법을 알려주는 '다이어트 힐링 워킹' 강좌를 신설했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은 '몸짱 전도사'로 통하는 유명 피트니스 트레이너 아놀드 홍이 진행하는 '매끈한 복부 만들기'강좌를,충무로 본점은 이스라엘 격투기 '크라브마가'강좌 등을 선보였다.

전통주 및 막걸리 바람은 문화센터 강좌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과 무역센터점 등은 배상면주가에서 운영하는 포천 산사원을 찾아 전통주 제조 과정을 견학하고 시음할 수 있는 '포천 산사원 전통주 투어'를 진행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허시명 막걸리학교장이 진행하는 '전통술 막걸리 빚기'강좌를 통해 막걸리 제조법과 막걸리 칵테일 만드는 법 등을 알려준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목동점은 미혼 남녀들에게 데이트 성공 노하우를 전해주는 '연애전략'강좌도 마련했다.

◆문화센터를 보면 시대가 보인다

1980~1990년대 중반까지는 노래교실,미술,스포츠 등 취미 강좌가 대부분이었다. 당시 유명 노래강사였던 구지윤,문인숙씨 등이 진행하는 노래교실에는 매회당 200여명의 주부들이 몰려들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1990년대 중반에는 사격,골프,수상스키,승마 등 레저 강좌들이 전단지 1면을 차지했다. 1998년 외환위기 때는 부동산 경매나 노후 재테크 등 '불황형 강좌'가 등장했다. '꽃꽂이 창업 전문가 과정'등 주주부들의 소자본 창업이나 부업을 도와주는 강좌들이 관심을 끌었다.

2000년대 들어 참가 대상이 다양해지면서 프로그램도 점차 전문화됐다. 실버 세대와 '셀러던트('셀러리맨'과 '스튜던트'의 합성어)'를 겨냥한 강좌와 함께 '인문학 열풍'을 반영해 미술사,철학,심리학 강좌들이 대폭 개설됐다. 백성혜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장은 "본점,무역센터점,목동점 등을 중심으로 종합대학 수준의 인문학 강좌를 점별로 10~30개 개설했다"며 "3~4년 전에 비하면 강좌 수가 2배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