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금빛 마법에 금융시장도 잠시 넋을 잃고 멈춰섰다. 5분간의 '김연아 타임'에 주식 채권 선물 외환 등의 거래가 직전 5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김연아 선수가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금메달 연기를 펼쳤던 오후 1시21분부터 5분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가 거의 끊겨 거래량은 총 178만주로 극히 부진했다. 이보다 앞선 5분간 거래량 310만여주의 절반을 다소 넘는 수준이다. 전날인 25일 오후 1시21분부터 5분간의 거래량 1220만여주에 비하면 14%에 불과한 규모다. 거래대금도 김 선수의 연기 직전 5분간 305억원에서 연기시간 5분간은 206억원으로 32% 줄었다.

개인투자자들이 김 선수의 금빛 매직에 홀려 시장을 잠시 잊었다는 얘기다.

실제 개인들의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의 거래량 감소는 더 두드러졌다. 김 선수가 연기를 펼친 5분간 거래량은 328만주로,직전 5분간의 675만주에 비해 절반 이하로 내려갔다.

급감했던 거래량은 김 선수의 경기가 끝난 직후 서서히 회복돼 유가증권시장에선 오후 1시36분부터 5분 동안 245만여주가 거래됐다.

코스피지수도 김 선수의 연기시간에 1592.15에서 1593.09로 거의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다 마지막 선수인 미국의 미라이 나가수가 연기를 마치고 김연아의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에 주가가 크게 올랐다.

선물 거래도 '김연아 타임'에 급감했다. 코스피200선물은 연기 직전 5분간 3067계약이 거래됐지만 연기시간엔 633계약으로 뚝 떨어졌다.

채권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우리투자증권의 한 채권 브로커는 "5분의 경기시간에 우리 회사로 들어온 주문은 전혀 없었다"며 "펀드매니저들이 전부 TV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는 "채권 선물도 보통 그 시간대에는 많을 경우 1000계약까지 거래가 되는데 이날은 10여개에 그쳤다"고 말했다.

1초를 다투며 거래하는 은행의 외환 딜러들도 김연아 타임에는 손을 놓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시간당 평균 10억~15억달러의 외환이 거래되지만 이날 오후 1시부터 1시30분 사이의 거래량은 4억달러가 채 되지 않았다. 이날 하루 거래량도 78억달러로 전날 103억달러보다 25%가량 줄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