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건설.제조업 지표 불안한 조짐

미국의 경기지표가 심상찮다.

이달초 미 동부지역을 강타한 폭설의 후유증이 표면화되면서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건설.제조업 지표가 갑작스럽게 곤두박질치고 소비심리도 얼어붙고 있어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동력을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 노동부는 지난 주(2월 15일∼20일) 실업수당 신청자를 기준으로 한 주간 신규 실업자 수가 49만6천명으로 한 주 전에 비해 2만2천명 늘었다고 25일 밝혔다.

시장예측전문기관들은 지난 주 신규 실업자 수가 45만5천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 발표치는 예상을 깨고 오히려 크게 늘었다.

이로써 주간 신규실업자는 최근 2주 사이에 12%나 급증하면서 다시 50만명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계절적 불규칙 요인을 제거한 통계인 주간 신규실업자의 4주 이동평균치도 47만3천750명으로 한 주 전보다 6천명이 늘어 3주 연속 감소세가 마감됐다.

전문가들은 주간 신규실업자수가 40만명 아래로 떨어져야 고용시장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는데, 한때 45만명 아래로 떨어졌던 이 수치는 추가하락을 멈추고 다시 급등, 50만명선을 위협함으로써 미 경제운용 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신규 실업자수가 2주연속 급증한 것은 미 동부지역의 폭설로 그동안 실업수당 신청을 미뤘던 실업자들이 최근 신청서를 대거 접수했기 때문이라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폭설의 영향으로 임시직 근로자들의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거나 급여가 대폭 줄어들어 향후 소비지출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제조업 지표도 불안한 모양새를 나타냈다.

이날 미 상무부는 1월 내구재 주문이 전월에 비해 3.0% 늘어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민간항공기를 비롯한 수송기기를 제외할 경우 0.6% 감소했다고 밝혔다.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내구재 주문은 지난달에 보잉사의 항공기 수주실적이 급증함에 따라 전체 수치는 크게 상승했지만 여타 부문은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제조업 경기도 여전히 취약한 상태임을 보여줬다.

앞서 24일 발표된 1월 신축주택 판매실적은 30만9천채(연율환산 기준)로 전월에 비해 11.2% 감소하면서 관련통계의 작성이 시작된 1963년 이후 4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월 신축주택 판매 실적은 주택경기가 최악의 국면을 나타내던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도 6.1% 감소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해 최고 8천달러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주택시장 부양프로그램이 올해 4월말까지 연장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축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감한 것은 예상밖이라고 지적했다.

23일 미국의 민간경제조사단체인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2월 소비자 신뢰지수도 46.0으로 전달의 56.5(수정치)에서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55.0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향후 6개월 후의 상황에 대한 기대 지수는 1월의 77.3에서 2월에는 63.8로 떨어졌고, 현재 상황에 대한 지수는 25.2에서 19.4로 하락해 1983년 2월 이후 최악의 수치를 기록함으로써 소비심리도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최근 발표된 경기지표들이 예상을 깨고 일제히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취약한 편이며 약간의 충격에도 크게 흔들리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장은 25일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최근 경기지표가 불안한 모습을 나타내는 것에 대해 "동부지역 폭설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지표가 흔들렸으며, 항구적인 추세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최근 지표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