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5일 "미소금융 대출요건이 까다로워 실적이 부진하다"며 기준 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미소금융재단에서 창업자금을 빌리려면 사업 비용의 50%를 미리 확보하고 있어야 하고 이미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 사업자금을 대출받으려면 사업자등록 후 2년 이상 영업을 하고 있어야 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지원을 해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서다.

김 이사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미소금융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과제' 세미나에서 "3월 말까지 미소금융 운영현황을 점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세미나에는 한나라당 이상득 장광근 의원,민주당 박병석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10여명이 참석했다.

미소금융이 시작된 지난해 12월15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총 1만4708명이 미소금융 지점을 방문했지만 대출을 받은 사람은 300여명에 불과하다. 미소금융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등급이 7~10등급으로 낮아야 하는데 이보다 다소 높은 5,6등급인 사람들이 지점을 방문했다가 돌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창업자금의 경우 사업 비용의 절반을 미리 확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때까지 28명(전체 대출자의 9%)만이 대출을 받았다. 김 이사장은 "신용등급 기준을 좀 더 완화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조사 결과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나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나 은행이 운영하는 미소금융재단은 출자액의 50%까지를 자신들이 개발한 대출의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으나 아직까지 독자적인 대출상품을 내놓은 곳은 없다. 미소금융중앙재단과 금융위원회가 5,6등급을 위한 대출상품을 개발하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이사장의 발언으로 5,6등급을 위한 대출이 나올지 주목된다.

한편 김 이사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미소금융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소금융은 민간 차원의 사업으로 공적규제의 필요성이 적고 현행 휴면예금관리재단법으로도 중앙재단이 지역법인을 감독할 수 있는 포괄적 근거가 있지만 투명성 · 효율성을 위해 법제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수혜자의 채무상환 능력에 비해 과다하게 지원하지 않도록 미소금융과 일반 금융회사 대출 및 각종 정책자금 지원 정보를 연계하는 통합정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