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주가가 들쭉날쭉해지자 주식워런트증권(ELW) 주가연계증권(ELS) 선물 등 파생상품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ELW와 선물은 주가가 하락해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데다 적은 자금으로 높은 수익이 가능하다는 점을 겨냥해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파생상품은 위험성이 높아 주가가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면 투자자금을 모두 잃게 되므로 전체 투자의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보완 투자 대상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LW 거래대금 세계1위 홍콩보다 많아


24일 코스피지수는 예상보다 낮게 나온 미국 소비자신뢰지수 등이 악재로 작용,16.07포인트(0.99%) 빠진 1612.83으로 마감했다. 전날 1.8포인트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부담이 되는 대외 변수가 불거지자 다시 힘없이 밀려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지난 21일 27포인트 급락했다가 22일엔 반대로 33포인트 이상 뛰는 등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증시 부침을 배경으로 코스피200지수나 우량주 주가에 따라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ELW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ELW는 기초자산의 주가가 만기일에 행사가보다 높거나(콜),행사가보다 낮으면(풋) 정한 비율에 따라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증시에 상장돼 있어 만기일 전에도 사고팔 수 있다.

최근 주식 거래가 부진한 데 반해 ELW 거래는 활발해 하루 거래대금이 1조원을 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1조702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앞서 16일에는 1조1858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래대금의 절반(50.7%)을 웃돌았다.

이에 따라 올 들어 ELW의 거래대금은 세계 1위인 홍콩 시장을 넘은 날이 부쩍 늘었다. 올 들어 전날까지 35거래일 중 국내 ELW 거래대금이 홍콩보다 앞선 날이 17일이나 된다. 유지은 맥쿼리증권 상무는 "이런 추세라면 곧 국내 ELW시장이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야간선물 · ELS 투자도 급증

증시 방향에 베팅하는 지수선물 거래도 크게 늘었다. 작년 4분기 32조7000억원 수준이던 하루 거래대금이 증시가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달 21일 이후엔 39조5000억여원으로 20%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지난 19일 하루 거래대금이 46조원에 육박하는 등 코스피지수가 1% 이상 하락하는 날엔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양상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급락하면 추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변동성이 커지면서 장중 포지션을 청산하는 단타 매매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작년 말 1000억원에도 못 미치던 야간선물시장의 하루 거래대금도 전날엔 2422억원으로 늘었다.

코스피지수 및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도 급증세다. 지난달 ELS 발행 규모는 1조7124억원으로 2008년 7월(1조9077억원) 이후 1년6개월 만의 최대치였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개인이 10억원 이상을 투자하거나 기관들이 한번에 700억~800억원 규모로 자금을 넣는 경우도 최근 들어 종종 있다"며 "특히 큰손들이 즐겨하는 사모는 작년 12월 800억원 선에서 지난달 24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고 전했다.

◆주가 예상과 반대 땐 자금 날려

투자자들이 이처럼 주식 관련 파생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증시가 변동성만 커진 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투자자들이 단기 투자에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상태에서 장 마감 후에 증시에 영향을 줄 만한 해외 이슈들에 대응하고자 야간선물과 주식 파생상품 단기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생상품은 위험성도 높기 때문에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몰빵'투자는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유 상무는 "ELW는 주식 투자보다 수익률이 2~10배 높고 투자금액이 적어 실제 기대수익률은 훨씬 높지만 증시가 베팅한 것과 반대로 가면 투자금을 모두 잃을 수도 있는 구조"라며 "투자자금의 극히 일부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파생상품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지헌 미래에셋증권 장외파생팀장은 "ELW와 ELS,개별주식선물 등에 투자할 때는 무엇보다 해당 기초자산을 잘 골라야 한다"며 "최근 들어 새로운 구조의 상품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상품 구조를 온전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후/강지연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