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코리아 2010 국제회의] "세계경제 회복 5~7년 더 걸릴 듯…부양책 지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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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들의 경제 진단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美·日도 국가부채 안심 못해
저스틴린 세계銀 부총재, 과잉설비 심각…더블딥 우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美·日도 국가부채 안심 못해
저스틴린 세계銀 부총재, 과잉설비 심각…더블딥 우려
세계적인 석학들과 국제기구 고위 당국자들은 세계경제가 아직 안정적인 회복세로 접어들지는 못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국가 부채와 산업활동 부진으로 인한 실업 문제가 세계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경기부양책을 중단하고 출구전략을 시행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강조했다.
◆"국가 부채 해소 5~7년 필요"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2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코리아 2010 국제회의'에 참석,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세계경제가 최악의 위기는 넘겼지만 정상 상태로 돌아가는 치유 과정은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앞으로 세계경제가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국가 부채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역사를 돌이켜보면 금융위기 이후 항상 국가 부채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저성장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 등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가 다른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라트비아 헝가리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국가들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미국 일본 등 선진국도 안심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로고프 교수는 국가 부채 문제가 해소되고 세계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로 들어서기까지는 5~7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가 부채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90~100%에 이르면 경제성장에 두드러진 악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국가 부채에 대해서는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의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계부채가 많으면 민간 소비가 위축돼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잉설비로 실업률 상승 우려
저스틴 린(린이푸) 세계은행 수석부총재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 국제금융 담당 재무관(와세다대 교수)은 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됐다가 다시 침체되는 '더블딥' 가능성을 언급했다.
린 부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과잉설비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며 "이로 인해 더블딥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올해 초 산업생산 규모는 2008년 대비 45% 수준에 불과하다"며 "설비 가동률이 높아지지 않으면 새로운 투자가 일어나지 않아 실업률이 계속 상승하고 이로 인해 소비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린 부총재는 "금융위기가 일부 국가만의 문제였다면 보다 빠른 속도의 회복이 가능하겠지만 우리가 겪은 건 글로벌 위기"라며 "경기회복 과정이 길고 취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를 주제로 한 토론에서 "미국과 일본에서 더블딥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갖고 있다"며 "유럽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간간이 터져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
◆경기부양책 · 국제 공조 지속해야
따라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는 통화 완화와 경기부양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린 부총재는 "지금은 불확실성에 대응해 경기부양책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부양책을 장기간 지속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녹색성장과 사회간접자본 등 생산성을 높이는 부문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재정을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하면 성장률이 높아져 세수가 증가,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차관은 "선진국들이 경기부양책을 너무 일찍 거둬들이면 한 국가의 정책이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스필오버(spillover) 현상이 일어나 개도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은 "세계경제가 금융위기의 충격을 딛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주요 20개국(G20) 등을 통해 국제 공조를 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세계경제가 균형 있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공조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승호/민지혜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