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23일 부실 가능성이 큰 문제 은행(좀비 은행)이 작년 말 현재 702개로 3분기 말(552개)보다 150개(27%)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1993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대출 부실화로 은행업계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 문제 은행의 자산 합계는 4028억달러로 전 분기 말에 비해 16.4% 증가했다. FDIC는 지방 소형 은행들이 상업용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상당 기간 고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산 가능성이 있는 지방 은행 수가 늘어남에 따라 FDIC는 보험금 재정 확보를 위해 지방은행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인수하게 된 부실자산의 유동화에 나설 계획이다. 블룸버그통신은 FDIC가 다음 달 중 코러스뱅크와 프랭클린뱅크의 부실자산을 기초로 20억달러 규모의 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FDIC는 2008년 1월부터 최근까지 185개의 은행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400억달러의 자산을 떠안았다. FDIC가 부실자산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기는 1990년대 초반 이후 처음이다.

한편 주택 가치보다 모기지 규모가 큰 부실 모기지 건수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업체인 퍼스트 아메리칸 코어로직 분석 결과 부실 모기지는 작년 말 현재 총 1130만건으로 3개월 전(1070만건)보다 5.6% 증가했다. 전체 모기지의 25%가 부실화된 것이다.

지역별로는 네바다주의 경우 전체 모기지의 70%가 대출 규모가 자산가치를 웃도는 '깡통 주택'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애리조나(51%),플로리다(48%),미시간(39%),캘리포니아(35%) 순으로 주택 가격이 많이 떨어진 곳일수록 깡통 주택 비중이 높았다. 퍼스트 아메리칸 코어로직의 마크 플레밍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마이너스 주택 자산은 결국 압류 증가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