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에서 임원을 지낸 기업인들이 개방형 공모제를 통해 마이스터고 교장으로 변신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6차 교장공모 결과 3개 마이스터고에 민간기업 임원 출신이 교장으로 선임됐다고 21일 밝혔다. 국립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에는 최돈호 LG전자 상무(55)가,부산자동차고등학교에 이승희 르노삼성자동차 부사장(58),울산정보통신고등학교에 장헌정 풍산금속 기술고문(54)이 각각 임명됐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강희태 전 한국전력 배전운영처장(56)을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교장으로 임용했다. 이들 4개 마이스터고 교장 임용자들은 교사 자격증이나 교육계 경력이 전혀 없지만 30년 이상의 산업현장 노하우를 학교 운영에 적용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최돈호 교장은 1976년 LG전자에 입사해 35년 동안 산업현장을 누볐다. 한국통신학회 이사와 구미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지냈다. 최 교장은 "마이스터고로 다시 태어나는 전통의 명문고 구미전자공고에 교장으로 가게 돼 영광스럽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산업체 경험을 바탕으로 우수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승희 교장은 1977년 삼성그룹에 들어가 종합건설과 그룹 비서실,전자 반도체 부문 등에서 인사담당으로 일했다. 1995년 삼성이 그룹 핵심인재를 골라 '21세기 기획단'이란 이름으로 자동차 사업 진출 태스크포스(TF)를 꾸리자 인사팀장으로 참여했고 삼성차가 프랑스 르노에 인수될 때 삼성으로 복귀할 기회가 있음에도 잔류했다. "평사원 시절부터 부사장까지 32년간 인사 업무를 담당했다"는 이 교장은 "인사가 결국 사람을 잘 키우고 활용하는 것인 만큼 마이스터고에서도 맞춤형 인재를 길러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헌정 교장은 1979년 풍산금속에 입사해 온산공장 기획실장,부평공장 공장장을 거쳤다. 장 교장은 "공장 관리를 총괄하는 기획관리실장으로 일하며 '신바람 나는 일터'를 만들었다"며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을 계발해 원하는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하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성희 교과부 학교자율화추진관은 "기업 임원 출신 교장들이 전문지식을 토대로 학생 · 학부모 등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한 특색있는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학교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마이스터고

굳이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고교에서 충실한 직업훈련 교육을 받고 좋은 일자리를 구해 사회에서 명장(Meister)으로 우대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학교다. 학비(입학금 · 수업료 · 학교운영지원비)가 없으며 군복무시 특기 분야에서 근무할 수 있는 혜택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