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권 '부티크 은행'(소형 투자전문 금융사)들이 금융위기 이후 월가 대형 은행들의 무차별적 파생상품 거래에 염증을 느낀 아시아 부자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소수의 전문가들이 모여 차린 부티크 은행들이 고객 개개인에게 맞춘 밀착형 서비스를 무기로 아시아 시장에서 JP모건을 비롯한 대형 은행들의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나가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특히 스위스의 유명 부티크 은행인 사라신은행의 경우 2007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아시아와 중동 지역 부호들의 예금 규모가 총 101억달러로 약 30% 증가했다. 이 은행은 스위스 대형 은행 UBS의 동남아시아 사업부문 대표인 그레이스 바키를 영입하는 등 프라이빗뱅킹(PB) 부문 전문가들의 스카우트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또 이탈리아 보험사 제네랄리그룹의 PB 부문 법인인 BSI도 싱가포르 내 사업 확장을 위해 작년 말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싱가포르 법인에서 PB 전문가 70명을 데려왔다.

아시아에서 부티크 은행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이유는 아시아 자산관리 시장 규모가 매우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기존 대형 은행들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WSJ는 전했다. 메릴린치는 중국과 인도의 고액 자산가 수가 2018년까지 약 3배 증가하고,이들의 자산 규모는 최대 4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WSJ는 금융위기 충격으로 2008년 말 홍콩에서만 고액 자산가들의 재산 규모가 총 1810억달러로 전년 대비 65% 급감하면서 그동안 대형 은행들에 자산을 맡겼던 아시아 부호들이 크게 실망했으며,이것이 부티크 은행들에 큰 기회를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의 한 소형 자산관리사 사장은 "아시아 진출에 지금보다 더 적절한 때는 없었다"며 "대형 은행들은 지난 수년간 복잡한 대규모 파생상품 거래와 자기자본투자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고객들의 자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