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을 잡기 위해 은행들은 최근 다양한 금융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아직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에 투자할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단기간 돈을 넣어둘 수 있도록 중도해지 시 고금리를 제공하는 전략을 주로 쓰고 있다.

◆계단식 예금 인기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권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상품 중 하나가 계단식 예금이다. 계단식 예금이란 3개월마다 금리가 상승하도록 설계돼 있고 중도해지 시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계단식 예금에 여유자금을 넣어 뒀다가 투자 적기에 빼 쓸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스텝업 예금'이 대표적인 계단식 예금이다. 스텝업 예금은 예치한 지 3개월이 되면 연 3.0%,3개월에서 6개월까지는 연 3.4%,6개월에서 9개월까지는 연 5.4%,9개월에서 12개월까지는 연 7.0%의 이자가 붙는다. 평균으로 보면 3개월간 예치하면 연 3.0%,6개월간 연 3.2%,9개월간 연 3.93%,1년간 유지하면 연 4.7%의 이자를 받는다.

정해진 예치기간을 넘어가면 연 1.0%의 이자만 들어온다. 예를 들어 4개월간 예치한 뒤 중도해지하면 3개월분 까지는 연 3.0%의 이자가,나머지 1개월분에는 연 1.0%의 이자가 붙는 식이다. 기간별 이자는 3개월이 끝나는 시점에 이자지급 계좌로 자동 입금된다. 이자지급 계좌는 정기예금 계좌와 별도이기 때문에 이자에 이자가 붙는 식은 아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10월 이 상품을 출시한 후 3개월여 만에 1조원이 넘는 돈을 끌어모았다.

하나은행의 '하나 3 · 6 · 9 정기예금'도 3개월까지 예치하면 연 3.1%,6개월까지는 연 3.4%,9개월까지는 연 3.6%의 이자를 지급한다.

1년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예치금액에 따라 이자가 다른데 3000만원 미만이면 연 4.1%,3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이면 연 4.2%,1억원 이상이면 연 4.3%의 이자를 준다. 이 상품도 스텝업 예금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예치기간 외에는 연 1.0%의 이자율을 적용한다.

다만 스텝업 예금이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것과 달리 3 · 6 · 9 정기예금은 중도 해지나 만기 시 이자를 한꺼번에 준다. 해지예약 서비스를 신청하면 은행 지점에 방문하지 않아도 가장 먼저 돌아오는 3개월 단위 해당일에 자동 해지돼 연결계좌에 돈이 입금된다.

SC제일은행도 이달 초 계단식 예금인 '드림정기예금'을 내놨다. 3개월 단위로 금리가 상승하며 가입일부터 첫 3개월은 연 2.0%,두 번째 3개월은 연 3.0%,세 번째 3개월은 연 5.0%,네 번째 3개월은 연 8.0%로 이자율이 적용된다.


저축은행에서도 계단식 예금에 가입할 수 있다. 삼화저축은행의 '신(新)해피정기예금'은 가입 후 3개월까지는 연 1.0%,3개월 이상 6개월 미만은 연 4.2%，6개월 이상 9개월 미만은 연 4.7%，9개월 이상 12개월 미만은 연 5.0%，12개월까지 만기를 채우면 연 5.6%의 이자율을 적용한다. 동부저축은행의 '트리플찬스 정기예금'은 가입 후 첫 3개월은 연 3.3%,3개월에서 6개월까지는 연 3.7%,6개월에서 9개월까지는 연 5.5%,9개월부터 만기까지는 연 7.1% 이자가 지급된다.

◆회전식 예금도 각광

3개월로 금리 변동 주기가 정해진 계단식 예금과 달리 회전식 예금은 자신이 직접 금리 변동 주기를 고를수 있다. 계단식 예금은 금리가 자동적으로 상승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회전식 예금은 시장금리에 연동되기 때문에 금리가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농협의 'NH 왈츠회전예금Ⅱ'은 1개월부터 12개월까지 월 단위로 회전 주기를 정할 수 있다. 예컨대 회전 주기를 6개월로 정하면 6개월마다 한번씩 시장금리에 따라 예금 금리가 바뀐다. 향후 금리 상승이 예상된다면 회전 주기를 짧게 하고 금리 하락이 예상된다면 회전 주기를 길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

중도해지를 하더라도 회전 주기가 지난 것에 대해서는 약정 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중도해지에 따른 불이익이 적다. 만약 회전 주기를 6개월로 가입했다가 7개월이 된 시점에 해지한다면 6개월만큼의 이자는 약정 이율대로 지급되고 나머지 1개월치에 대해서만 중도해지이율(통상 연 1.0%)이 적용된다.

농협의 'NH채움 토지보상예금'도 왈츠예금과 유사한 회전식 예금이다. 왈츠예금은 농협중앙회 지점에서 가입 가능하고 토지보상예금은 지역농협에서 가입한다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토지보상예금은 가입한 지역조합의 정기예금 금리를 적용받는다. 중앙회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4%대 중반,지역조합은 연 5%대 초반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