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김무성 의원이 점점 멀어지는 이유는 뭘까.

박 전 대표와 김 의원은 지난해 5월 친이 측이 김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을 때부터 개각과 세종시 문제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왔다. 친박 내 다른 인사들의 돌출행동에 비해 김 의원에게 유독 박 전 대표가 강한 반응을 보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조언 정도만 하는 '책사형' 인사가 많다. 허태열,진영,유정복,이정현,김선동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박 전 대표에게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기보다는 박 전 대표의 의중을 파악해 전략을 세우고 집행하는 역할에 치중한다. 이에 반해 김 의원은 전형적인 '장수형' 캐릭터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캠프에서 조직을 맡으며 친이계의 장수인 이재오 현 권익위원장과 일전을 펼친 게 대표적이다. 이러다 보니 김 의원은 경선 후에도 끝나지 않은 친이계와의 싸움에 필요한 전략을 박 전 대표에게 자주 이야기했고 이 과정에서 여러 오해가 생겼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은 언어를 구사하는 스타일도 확연히 다르다. 박 전 대표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하는 '이성적' 스타일이다. 외국을 방문할 때도 박 전 대표는 그 나라의 문화,속담,습관 등을 미리 파악해 정제된 언어로 상대국 인사의 호감을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김 의원의 언어 스타일은 '감정형'에 가깝다. 부산 출신답게 '의리'를 중요시하는 영남권의 정서가 곳곳에서 배어나오며 거침없는 말투로 좌중을 압도하지만 때론 설화를 부른다.

대인관계에서도 박 전 대표는 잠행을 통해 조용히 사람들을 만나는 스타일인 반면 김 의원은 계파에 상관없이 자신과 가까운 여러 의원들과 동행하는 개방적인 성격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그늘도 두 사람에게는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대통령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김 전 대통령이 아직 김 의원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도 박 전 대표에게는 오해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