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동계올림픽] 4년전 토리노의 눈물은 '안녕'…슈퍼맨처럼 날아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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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첫 금메달
남자 선수와 훈련…체력·힘 길러
얼마전 1위 연아에 묻혔을 땐 섭섭
남자 선수와 훈련…체력·힘 길러
얼마전 1위 연아에 묻혔을 땐 섭섭
이상화(21 · 한국체대)가 17일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 이정표를 세웠다.
이상화는 초등학생 때부터 '국내 1인자' 자리를 지킨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휘경여고 시절인 2004년 겨울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얼굴을 알린 이상화는 500m와 1000m 등에서 강세를 보이며 '단거리 전문'으로 자리잡았다. 2006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는 일을 낼 뻔했다. 500m에서 합계 77초04의 기록으로 5위에 오른 것.마지막 한 조 경기만 남은 가운데 3위에 올라 사상 처음 메달을 따낼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렇지만 마지막 조 선수들이 이상화보다 앞선 기록을 내면서 이상화는 0.17초 차로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올림픽 데뷔전 치고는 훌륭한 성적이었지만,이상화는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아쉬움을 털어낸 이상화는 그해 1~5차 월드컵시리즈 500m에서 1,2위만 네 차례 기록하며 국제무대의 강자로 떠올랐고,이듬해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부상 투혼을 보이며 은메달을 따냈다. 그 후 2년 동안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주춤했던 이상화는 밴쿠버대회를 위해 다시 스케이트 끈을 조여맸다.
지난해 2월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이어진 월드컵시리즈에서 경기에 나설 때마다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밴쿠버대회를 앞두고는 이규혁 이강석 등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면서 체력과 힘을 길렀고,대회 직전에는 집중적으로 스타트를 보완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슈퍼맨처럼 날듯이 잘 타고 싶다"며 슈퍼맨 마크 귀걸이를 달고 4년 전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벼른 이상화는 결국 금메달이 확정되자 트랙을 돌면서 눈물을 쏟아냈다. "전광판에서 1위에 오른 것을 보고 '정말 내가 해낸 것이 맞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믿어지지 않았다"는 이상화는 "4년 전 토리노에서도 울었다. 그때는 메달권에 들지 못해 아쉬움의 눈물이었는데 오늘은 기쁨의 눈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 밤에는 진정이 안 돼 떨리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아침에도 너무 긴장돼 클래식 음악을 틀었는데 (모)태범이가 다가와 '평소 하던 대로 하라'고 했다. 막상 경기장에 나오니 안정이 되더라.그냥 월드컵하고 별 차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그동안 피겨스케이팅이나 쇼트트랙에 비해 스피드스케이팅이 조명을 받지 못해 서러운 점도 있었다. 얼마 전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종합 1위를 했는데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니 묻혀버리더라.그렇지만 지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서 정말 기쁘다"고 덧붙였다.
이상화의 우승 소식에 온라인도 후끈 달아올랐다. 네티즌은 '자랑스럽다' '감동의 레이스' '장하다' 등의 댓글을 달며 금메달 획득을 함께 기뻐했다. 아이디'빛나리1004'는 "남자 500m에 이어서 여자부에서도 금메달이라니.스피드스케이팅에서 역사를 만드는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고 자랑스럽다"고 썼다.
'쫄지마 할 수 있어 도전!'이라는 제목의 이상화 미니홈피에도 수만명의 네티즌이 찾아 축하의 글과 함께 다음 경기의 선전을 기대하는 글을 올렸다. 한편 이상화의 어머니 김인순씨(50)는 "상화가 떠나기 전 거실의 달력 16일(캐나다 현지시간)에 동그라미를 치며 '인생 역전'이라고 써놓았다. 목표의식과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며 대견해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