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범이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74년 묵은 숙원을 풀었다.

남자 쇼트트랙이 정식 종목으로 발을 내디딘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이전까지 한국 동계스포츠를 이끈 것은 스피드스케이팅이었다.

한국은 1936년 독일 칼밋슈에서 열린 제4회 동계올림픽에 일본 메이지대 학생이었던 김정연이 1만m에 출전하면서 올림픽에 첫 발을 내디뎠다. 김정연은 18분2초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12위를 기록,당시 동양인으로서는 가장 좋은 성적을 내 희망을 키웠다.

그러나 해방 이후 정식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뒤로는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희망의 빛을 보기까지 40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1988년 제15회 캘거리대회 남자 500m에 출전한 배기태는 36초90의 기록으로 5위에 올라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배기태의 뒤를 이어 간판으로 자리매김한 김윤만은 1992년 알베르빌대회 남자 1000m에서 1분14초86으로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에 동계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안겼다. 그렇지만 동계올림픽 금메달은 여전히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까지 단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한국은 2006년 토리노대회 때 젊은 선수를 앞세워 다시 도전에 나섰다. 이규혁(32 · 서울시청)이 남자 1000m에서 4위에 오르고,이강석(22 · 의정부시청)이 500m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세계 정상급의 전력을 갖추고도 금메달 문턱에서 주저앉아 아쉬움을 남겼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일을 냈다. 쟁쟁한 선배들 뒤에서 조용히 스케이트 날을 갈던 막내 스프린터 모태범이 결국 꿈에 그리던 올림픽 금메달을 손에 쥐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