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비난받고 있는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등 월가의 대형 은행들이 그리스의 재정위기도 악화시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 보도했다.

이들 은행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AIG 위기의 원인이 된 파생금융상품을 활용해 그리스 정부가 눈에 띄지 않게 부채를 늘리도록 기여했다는 정황이 기록과 인터뷰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에 편입된 직후인 2001년 골드만삭스는 그리스 정부가 대출이 아닌 통화스와프 방식으로 유럽연합(EU)의 규제를 피해 수십억 달러를 빌릴 수 있도록 했다. 그리스 정부는 이 계약을 통해 자국의 공항에서 향후 발생할 매출을 담보로 빌린 자금을 부채로 계상하지 않았다. 골드만삭스는 관련 수수료로 3억달러를 챙겼다.

그리스 정부는 2000년에도 이와 유사한 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부채 규모를 줄여 표시했다. 이번에는 국가 복권사업에서 향후 발생할 매출액을 잡히고 자금을 빌렸으나 역시 부채로 장부에 기입하지 않았다. 덕분에 그리스는 재정적자를 감시하는 EU 규제당국과 투자자들의 눈을 피해 과도한 지출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이 같은 거래의 세부 내용을 보고하도록 그리스에 명령했다. 아마데우 알타파이 EU 대변인은 "그리스 정부에 월가 금융사들과 통화스와프 등 파생상품 거래가 어떻게 이뤄졌고 정부의 재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상세한 경위서를 2월 말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EU가 구체적인 그리스 지원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립서비스에만 그칠 것이란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1일 EU 특별정상회담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리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안을 내놓으라"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또 EU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한 막후 협상에서 고성이 오가고 테이블을 쾅쾅 치는 소리도 새 나왔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EU 관계자를 인용,"16일 열리는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당초 전망과 달리 그리스 지원책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김동욱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