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부담스러운 일을 떠맡으려 하지 않았다. 따라서 어떤 모험적인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독일주간 슈피겔)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를 지원한다는 데 원칙적인 합의를 도출하며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특별정상회의에서 그리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발표되지 않자 시장은 립서비스 수준의 '정치적 지원' 아니냐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헤르만 판 롬파위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번 회담에선 EU가 그리스에 대한 지원의사를 분명히 밝힌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일관성있게 전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존 립스키 수석부총재도 12일 "그리스 정부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방법으로 그리스를 지원할 수 있다"며 EU의 결정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그리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식과 규모는 오는 15~16일 열리는 EU 재무장관회의에서 결정키로 했다.

EU가 이처럼 구체적인 지원책을 내놓지 못한 것은 부담을 실질적으로 떠안을 독일이 악화된 국내 여론 등을 의식,소극적인 자세를 보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그리스 구제금융을 위해 독일이 더 긴밀히 개입해야 한다는 요구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거부했다"며 "독일 등 북유럽 국가들이 부담이 전가되는 데 반발했다"고 전했다.

시장은 구체적인 구제안이 나오지 않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11일 유로화 가치는 유로당 1.3665달러로 소폭(0.2%) 하락했고 국제 금가격도 소폭 상승했다.

EU 정상들은 이번 회담에서 우선 그리스가 재정적자 감축방안을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전제를 강조했다. 회담 공식성명에서"EU는 그리스 정부에 올 재정적자 규모를 GDP 대비 4%까지로 줄이도록 요구한다"고 표현했다. 올해 그리스 재정적자 예상치가 GDP 대비 12.2% 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스로선 혹독한 적자 감축 노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초 그리스 정부는 올해 GDP 대비 8.7% 수준까지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는 계획이었다.

김동욱/김미희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