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찰이 인체에 치명적인 환각제를 혼합한 음료를 마시게 해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도살인범을 붙잡았다고 11일 러시아 언론매체들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9일 지하철 역을 오가는 시민을 상대로 강도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모스크바주에 사는 한 남성(23)을 체포했다.

전과 2범으로 지난 2007년 출소한 이 남성은 피해자들에게 강력한 환각제가 섞인 음료를 마시도록 유도하고 피해자들이 정신을 잃은 뒤 금품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피해자들에게 다가가 자신의 아들 생일을 축하해 달라며 음료를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주 경찰 대변인은 "범인이 준 브랜디를 마신 사람 가운데 13명이 숨지고 12명은 심각한 뇌손상을 입었다"면서 "피해자들은 뇌부종과 호흡곤란을 겪다가 결국 사망했으며 생존자들도 뇌에 산소가 부족해 기억상실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남성의 집에서 피해자들로부터 빼앗은 것으로 보이는 장물 목록이 담긴 노트북 등 각종 증거물을 압수하는 한편 추가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이 남성은 경찰에 체포될 당시 범행에 사용한 환각제를 자신의 항문에 숨기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