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 부속 용인외국어고등학교가 전국 특목고 가운데 처음으로 '자율형 사립고' 전환을 신청했다. 교육계 안팎에서 "지난해 말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놓은 '존속하되 규모 축소'라는 외고 체제 개편 정책에 대응해 나름대로 생존하려는 변신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향후 진행 과정이 주목된다.

경기도교육청은 2011학년도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율고) 공모를 10일 마감한 결과,용인외고 한 곳이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11일 밝혔다. 용인외고가 내년부터 자율고로 전환하면 학급 수(학년당 10학급)와 학급당 학생 수(35명)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게 된다.

용인외고는 특히 자율고를 신청하면서 법인전입금을 심의 기준(학생 납입금 총액의 5% 이상)을 훨씬 초과해 '자립형 사립고(자사고)' 수준인 25%로 설정했다. 이를 충족할 경우 민족사관고 등 자사고처럼 신입생 모집단위가 현행 경기도에서 전국으로 확대된다.

용인외고는 외국어 교과 중심의 자율고로 운영하면서 학교 명칭은 현행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수업료는 현행 특목고 수준인 일반계고의 3배로 제출했다. 용인외고 관계자는 "시대 상황에 적응하고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유지하기 위해 신청했다"며 "외국어 교과 중심의 자율고로 세계 추세에 부응하는 인재를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용인외고가 오는 17일 학교법인 이사회를 거쳐 보완 서류를 제출하면 자율고 지정 · 운영위원회 심의와 교과부 협의를 거쳐 3월 중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용인외고의 자율고 전환 신청에 대해 교육계 안팎에서는 "외고 체제 개편안을 따를 경우 학급당 학생 수가 25명으로 줄어 재정 부담이 늘고,교육과정 운영에서 전문교과 비중이 높아져 기존의 입시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용인외고 측은 "전인적 교육과 글로벌 리더 육성을 위해 개교 초기부터 연구하고 논의해온 문제로,학생들에게 최적의 교육 환경을 제공하려는 것"이라며 외고 체제 개편 문제와 연결짓는 데 대해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외고 체제 개편에 따라 교육과정 자율운영권이 축소된 게 자율고 전환의 한 요인이라는 데 대해서는 크게 부인하지 않았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