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골프장은 티잉그라운드가 4개 이상이다. 맨 뒤에 프로들이 치는 '챔피언티'(백티)가 있고,맨 앞에는 여성들이 티샷하는 '레이디티'가 있다. 그 사이에는 '시니어티' '레귤러티' '골드티' 등의 이름으로 여러 티잉그라운드가 있다.

조성된 티잉그라운드를 모두 열어놓는 골프장이 있는가 하면,챔피언티는 코스길이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해놓은 곳도 있다. 정작 프로들이 와서 챔피언티에 오르려면 막아버리는 모순도 심심치 않게 본다. 더더욱 아마추어들이 백티에서 플레이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오는 5월 아마추어들이 '풀 백티'에서 티샷을 날릴 수 있는 골프장이 국내 처음 문을 연다. 경기도 가평 '아난티클럽서울'(사진)이 그곳이다. 예전에 리츠칼튼CC였던 이곳은 석 달 후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이만규 대표(41)는 "아난티클럽서울을 기존 골프장과 다른 컨셉트로 조성했다"며 "아마추어 골퍼도 전 홀 백티에서 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쓰지도 않을 백티를 저 멀리,무덤처럼 시늉으로 조성해놓는 형식은 과감히 버렸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골프장 측은 옛 코스를 완전히 뭉개고 27개홀이 서로 다른 개성을 내도록 새롭게 만들었다. 2008년 8월 공사를 시작해 1년9개월 만에 상전벽해를 이뤄낸 셈이다.

아난티클럽서울의 티잉그라운드는 맨 뒤가 '화이트1티',중간이 '화이트2티',맨 앞이 '레이디티'다. 그래서 웬만한 아마추어들은 화이트1티에서 티샷을 날린다. 그 홀 맨 뒤에서 프로처럼 샷을 하는 것이다. 노년층이나 초보자들은 화이트2티를 이용하고,여성들은 레이디티에서 샷을 한다. 티잉그라운드를 폼으로 만들어놓은 것이 아니라,실제 이용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

이 대표는 "세 코스 길이는 3424야드,3565야드,3531야드입니다. 제일 긴 것은 18홀 기준 7100야드 가까이 되지요. 그 정도면 대회를 하는데도 손색이 없습니다. 아마추어들이 길이 7100야드 코스,파4홀이 400야드를 훌쩍 넘는 홀에서 쳐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색다른 도전이 아닐까요?"라고 설명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