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퍼 목사'로 잘 알려진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54)가 지난 7일 경기 남양주 다일교회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났다. 다일공동체의 봉사활동과 영성수련 인도(지도)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교회에서 정한 정년(65세)을 11년이나 남겨놓고 은퇴한 최 목사는 퇴직금 4억원을 교회에 반납(기증)하면서 "장학금으로 써달라"고 했다. 또 교회가 전세로 얻어준 사택도 자녀들이 결혼하면 더 작은 집으로 옮겨 보증금 2억원 중 1억원을 다일교회에 돌려주기로 했다.

사후에는 물론 나머지 보증금 1억원도 반납한다. 다일교회는 그의 이런 뜻을 받아들여 사회봉사 및 평화 · 인권 운동에 뜻을 둔 학생과 신학생,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등을 돕는 '최일도 장학재단'을 만들기로 했다.

1988년 청량리역 주변 노숙자와 행려병자들에게 라면을 끓여주며 나눔운동을 시작한 그는 1990년 목사 안수를 받고 목회를 시작했다. 최 목사 부부를 포함해 5명이 시작했던 다일공동체는 다일복지재단,다일천사병원,밥퍼나눔운동본부,다일교회 등으로 확대됐고,최 목사의 직함도 늘었다. 2007년 남양주에 자리잡은 다일교회는 주일마다 300~400명이 모일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 목사는 "임지를 찾지 못해 고생하는 후배 목사들이 많은 상황에서 한 교회에서 오래 목회를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고민했고,10여년 전부터 담임목사직 사임을 생각해왔다"고 조기 은퇴 이유를 설명했다. 퇴직금 반납에 대해서도 그는 "크게 내세울 만한 일이 못 된다"며 "중요한 것은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동체를 통한 나눔과 봉사의 정신이야말로 한국 교회가 끝내 가지고 가야 할 희망"이라며 "교회 건물의 크기로 힘 겨루기,키 재기를 하지 말고 서로 사랑하는 일에는 둘째 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