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국가들이 잠재적인 금융위기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이 지역 국가들의 통화를 묶은 통화 바스켓을 구성하고 이에 기반을 둔 환율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인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9일 서울대에서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와 동아시아'란 주제로 열린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동아시아의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유로와 같은 단일통화동맹을 만들어야 한다"며 "중간 단계로 통화 바스켓에 바탕을 둔 환율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80년대 유럽의 EMS(European Monetary System)를 동아시아 통화 바스켓 모델로 제시했다. EMS는 유럽 국가들이 통화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했던 제도다. 유럽통화단위(ECU)라는 공통의 계산 단위를 정한 뒤 각국의 통화 가치가 ECU보다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거나 낮아지지 않도록 통화정책을 취하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김 교수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부문의 취약성은 여전하다"며 "통화협력을 통해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맡아온 김 교수는 이날로 안국신 중앙대 부총장에게 회장직을 넘겨줬다.

후지타 마사히사 일본경제학회 회장(고난대 교수)은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세계의 공장은 물론 소비시장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아시아 국가의 수출품을 미국 등 선진국이 소비하는 지금까지의 성장 모델은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며 "동아시아 국가의 내수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지타 교수는 "동아시아가 세계 무대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국가 간 경제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며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통화 및 거시경제정책 상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가 간 경제발전 격차를 줄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한국 일본 중국 등 3국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웬하이 중국경제학회 회장(베이징대 교수)은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 속의 중국경제'라는 논문을 통해 중국은 앞으로도 고속성장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한국 및 일본과의 협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