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파워로직스 "올 매출 15% 성장…경영 안정화"
"치이익! 칙! 치이익! 칙!"

충청북도 청원군에 있는 야트막한 구룡(九龍)산. 그 산 아래 가로로 길쭉하게 자리 잡고 있는 파워로직스 본사 13개 생산라인에서는 기차소리를 연상케 하는 기계작동음이 쉴새없이 들린다.

휴대폰용 2차전지 보호회로 모듈(PCM·Protection Circuit Module)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파워로직스. 이 곳에선 인쇄회로기판(PCB) 위로 각종 칩을 장착하는 장비인 마운터(mounter)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파워로직스는 본사이외에 중국에 3개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본사와 중국 공장을 포함해 총 40개 라인에서 생산하는 PCM은 전세계 생산량의 30%에 달한다.

◆"올 매출 15% 성장 자신"

2차전지는 한번 사용하면 폐기하는 1차전지와 달리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이 가능하다. 휴대폰, 노트북 컴퓨터 등 모바일 IT(정보기술)기기의 확산은 바로 2차전지의 공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2차전지는 반복적인 충전과 방전으로 과전류 및 과충전·과방전 등 전압에 의한 폭발위험을 가지고 있다. 파워로직스의 보호회로 모듈은 이같은 2차전지의 과충전과 과방전 등을 제어하는 기능을 가진 필수 부품이다.

제품 특성상 안정성과 신뢰도가 확보되지 않으면 납품이 어렵기 때문에, 신규업체들의 진입장벽도 높다. 파워로직스의 PCM 한국시장 점유율은 68%에 달하고, 주 고객사는 삼성SDI와 LG화학이다.

파워로직스는 삼성SDI와 LG화학 전체 발주 물량의 60%와 40%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들을 통해 삼성전자, LG전자, 노키아, 모토로라 등으로 납품된 파워로직스의 제품은 전세계를 누비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공격적인 휴대폰 출시 계획을 내놓은 것도 PCM 매출비중이 54%에 달하는 파워로직스에 좋은 소식임에 틀림없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년 대비 15.4% 늘어난 2억6100만대, LG전자는 20% 이상 증가한 1억4000만대의 휴대폰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워로직스는 2010년 PCM 수주량은 지난해 3억4700만개에서 4억3000만개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다른 주력제품인 노트북용 2차전지 보호회로인 SM(Smart Module)과 휴대폰용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모듈도 각각 830만개에서 1600만개, 850만개에서 2300만개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노트북의 경우 2008년 3분기 데스크톱PC 출하량을 앞선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AMOLED를 탑재한 휴대폰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워로직스 측은 2010년 2차전지 보호회로 시장이 9%, IT기기 세계 시장점유율이 높은 한국의 경우 3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사업장을 포함한 전사 기준 매출은 올해 약 15%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의 조사에 따르면 파워로직스의 2009년 매출액 시장 평균 예상치(컨센서스)는 3053억원이다.
[탐방]파워로직스 "올 매출 15% 성장…경영 안정화"
◆“경영권 안정화로 제2의 도약”

파워로직스의 기술력은 이미 고객사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3년 동안 최대주주가 4번이나 변경되는 등 잦은 경영권 변동은 파워로직스의 위험요인(리스크)로 작용돼 왔다.

지난해 8월 탑엔지니어링의 파워로직스 경영권을 인수 후, 선임된 박창순 공동대표는 “대내외적인 불안 요소가 말끔히 해소됐고, 이제는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현재 탑엔지니어링의 부사장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이기도 하다.

탑엔지니어링은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및 LED(발광다이오드)칩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만드는 업체다. LCD 제조과정에 들어가는 장비인 디스펜서(Dispenser)의 경우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대만의 CMO와 AUO의 8세대 라인에 독점공급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탑엔지니어링은 현재 파워로직스 지분 21.82%를 보유 중이다.

[탐방]파워로직스 "올 매출 15% 성장…경영 안정화"
박 대표는 "장비산업은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매출의 변동성이 커, 탑엔지니어링은 부품 산업 진출을 꾀하고 있었다"며 "파워로직스의 2차전지 사업을 눈여겨보면서 2007년부터 지분 4.9%를 취득해 회사 상황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탑엔지니어링의 파워로직스 인수는 주도면밀한 계획 아래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같은 설명은 인수 후의 행보를 보면 더 잘 이해가 간다.

그는 파워로직스 공동대표로 취임한 이후,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540억원에 달하는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2009년 10월30일 공모금액이 전액 납입됐고, 11월과 12월 두 달에 걸쳐 12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상환했다. 이에 따라 파워로직스의 지난해 반기말 기준 부채비율은 232%에서 연말 가결산 기준 83%로 급감했다.

박 대표는 “내부 재무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빠른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가능했다”며 “이자율이 높은 차입금을 먼저 상환하기 위해 은행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경우 만기가 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채무자인 은행에 양해를 구해야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540억원의 일반공모 유상증자와 은행들의 설득작업이 성공한 것은 탑엔지니어링의 재무적 배경과 파워로직스의 우수한 기술력 때문”이라고 전했다.

남은 유상증자 자금 일부는 원재료 구매자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2차전지용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신사업투자, PCM·SM 증설투자 등에 이용할 계획이다. 시설투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박 대표가 다음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은 파워로직스 사업구조의 수직계열화다. 히말라야스프링워터, 미네르바, 시큐어넥서스 등 장비 및 부품사업과 관련이 없는 자회사들을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잘 아는 사업을 해야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며 “시너지가 있는 곳에만 집중해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성장동력 BMS…2012년 매출 비중 20%"

파워로직스의 차세대 성장동력은 2차전지용 BMS다. BMS는 파워로직스의 전문기술인 2차전지 보호회로의 중대형 모델로 전기자전거,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등으로 납품되고 있다. 회사는 BMS로 신성장동력 확보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파워로직스는 2000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국책과제 '2차전지용 BMS개발'을 시작으로 올해로 만 10년째 BMS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 고객인 SK에너지를 통해 전기차업체 CT&T에 전기차용 BMS, 현대중공업에 버스용 BMS를 납품한 바 있다. 이미 전기자전거(e-bike)에서 버스에 이르는 중대형 BMS 개발을 완료했고, 올 상반기 중에 BMS 전용 양산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박창순 공동대표는 “전기자전거를 시작으로 BMS의 실적은 올해부터 가시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며 “본격적인 매출은 내년으로 예상하고, 2012년에는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게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