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포항공대)은 올해부터 교수들이 승진 및 정년 보장(테뉴어) 심사에서 탈락하면 아예 퇴출시키는 새로운 정년보장제도를 3월부터 도입한다고 8일 발표했다.

포스텍은 심사대상자들을 세계 20위권 대학의 교수들과 비교하는 '하버드대식(式) 테뉴어' 제도를 도입키로 결정,일단 임용만되면 정년을 보장받는 교수사회의 '철밥통'을 깨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하버드대식 제도의 핵심은 정년보장 심사 때 세계적 수준과 비교 평가한다는 것이다. 전공 분야가 비슷한 세계 20위권 대학의 교수 3~5명을 고르고 이들과 심사 대상자의 연구 업적 및 발전 가능성을 비교평가(Peer Review),정년 보장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5명 이상의 세계적 석학들에게 비교 평가를 의뢰해 그 결과를 심사에 반영하기로 했다. 정년보장 심사에서 탈락하면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바로 퇴출된다.

포스텍은 또 조교수로 임용되면 4년 이내에 부교수 승진 심사를 받고,부교수로 승진하더라도 3년 이내에 정년보장 심사를 받도록 했다. 부교수로 처음 임용되면 7년 이내에 정년보장 심사를 의무적으로 받는다. 부교수 승진 심사와 정년보장 심사에서 탈락하면 재임용 없이 1년 뒤 학교를 떠나야 한다.

그동안에는 조교수가 부교수 승진에 실패해도 8년(4년+재임용 4년)간 근무할 수 있었고,부교수는 7년 단위로 무제한 재임용을 받아 사실상 정교수가 되지 않더라도 정년을 보장받는 것과 다름없었다. 새 제도를 적용하면 교수직 임용 후 평균 11.3년 걸리던 정년보장 심사가 7년으로 단축된다. 부교수 단계에서 정년보장 여부를 확정함으로써 안정적 상태에서 학자로서의 역량을 극대화하고,탈락한 교수에게는 다른 길을 빨리 모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포스텍은 신임교수에게 연구비,기자재,인력 등을 파격 지원하고 국제활동도 도와 정년보장 심사를 대비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도록 했다.

백성기 포스텍 총장은 "심사 대상자의 실적을 세계 수준의 교수들과 비교 평가하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이처럼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는 국내 대학 중 처음"이라고 말했다.

포스텍은 새로운 교수 평가제도가 도입되면 교수들의 연구 역량도 강화돼 세계 20위권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이라는 비전도 조기에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포스텍 교수 256명 중 정년을 보장받는 교수는 62%인 165명에 달한다. 포스텍은 지난해 15명에 대해 정년보장심사를 벌여 5명만 승인,교수 사회에 충격을 줬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