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약 5년간 4500억원을 투입, 지난해 11월 출시한 야심작 'K7'의 개발과정을 공개했다.

기아차는 준대형세단 K7의 개발과정과 연구진들의 비화를 담은 책자 'K7 R&D(연구개발) 스토리'를 8일 공개하고 신차에 거는 기대감과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소개했다.

이현순 기아차 부회장은 머리글을 통해 "K7 출시와 함께 기아차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미국, 일본의 경쟁사들과 중국, 인도의 신흥업체들과의 경쟁을 이겨내려면 고급차의 선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K7은 이런 역할을 담당할 전략 차종인 만큼 많은 연구원들이 수십 개월 동안 개발에 열정을 담았다"며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개발된 K7은 올해 중 아중동 지역을 시작으로 중남미, 중국 등에 출시되며 전략 시장인 북미에는 내년 출시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웅철 현대·기아차 사장은 "설계자들이 수없이 많은 밤을 컴퓨터 앞에서 지새웠고 시험 담당자들은 혹독한 추위와 더위 속에서 사투를 벌여야 했다"며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K7이 완성될 수 있었다"고 연구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기아차는 이 책자를 통해 신차 개발에 참가한 연구진들이 말하는 흥미로운 후일담을 소개했다.

기능시험팀의 김성남 연구원은 "에어컨 등 공조장치 평가를 위해 중동에서 차량 테스트를 실시했다"며 "두바이 현지에서 고용한 운전자와 함께 고속도로에서 시속 200~220km로 달리며 겁이 나기도 했다"고 당시의 느낌을 설명했다.

품질기술팀 김훈철 사원도 "K7 중동사양의 현지 적합성 테스트를 위해 가장 덥다는 8월 두바이 사막을 찾았다"며 "기온은 48℃를 오르내렸고, 아스팔트는 70℃까지 달궈진 데다 눈앞에서는 모래폭풍이 몰아쳐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거들었다.

기아차 개발진은 이 밖에 스웨덴에서 성능평가를 진행하던 도중 현지 파파라치가 달라붙어 이를 피하기 위해 수십km의 눈길을 헤치며 달아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또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아이리스' 마지막회 촬영 당시에는 주인공 김현준(이병헌 분)의 차로 등장한 K7이 피격 장면에서 생각만큼 차체가 흔들리지 않아 10여 차례 재촬영을 해야 했다며 K7의 내구성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기아차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K7은 출고 첫 달인 지난해 12월 5640대에 이어 1월 4127대가 판매돼 기아차 중 '모닝'에 이어 판매 2위를 달성하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