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린맥주와 산토리맥주의 합병 협상이 결렬됐다.

기린의 가토 가즈야스 사장과 산토리의 사지 노부타다 사장은 8일 그동안의 합병 논의를 중단하는 데 합의했다. 합병의 최대 쟁점이던 통합비율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저출산 · 고령화로 점차 줄어드는 내수시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두 회사는 통합을 추진했다. 합병으로 규모를 키운 뒤 해외시장 개척과 기업 인수 · 합병(M&A)에 나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통합비율을 둘러싼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당초 1월 중순으로 예정했던 기본 합의는 차일피일 미뤄져왔다.

지난해 11~12월 금융회사의 자산평가 결과를 토대로 기린맥주 1주당 산토리 0.5주의 통합비율 방안이 제시됐지만 산토리가 강력히 반발해 협상을 타결하지 못했다.

1 대 1의 대등 합병을 희망했던 산토리는 기린이 1 대 0.6~0.7 정도까지 양보했지만 수용하지 않았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산토리는 통합회사 지분 3분의 1 이상을 갖는 최대주주 지위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기린은 주요 경영 안건에 거부권을 갖는 3분의 1 이상의 지분을 산토리에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해 7월부터 알려진 두 회사의 합병 협상은 맥주업계 1,2위 간 초대형 M&A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두 회사가 합칠 경우 세계 식품업계 5위 규모로 부상할 수 있었다. 두 회사의 매출 합계는 2008년 3조8200억엔(약 49조7000억원) 수준으로 매출 기준으론 세계 1위 맥주업체 안호이저부시 인베브와 코카콜라를 넘어선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