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실질심사제 1년…퇴출기업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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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계기업 63곳 '아웃'
상장유지 위한 '꼼수'에 철퇴…잦은 증자·일시 매출 확대 주의를
상장유지 위한 '꼼수'에 철퇴…잦은 증자·일시 매출 확대 주의를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기업에 대해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를 시행한 결과 퇴출기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는 한계기업들이 일시적으로 매출을 올리거나 증자 등을 통해 자본잠식률을 낮추면 퇴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지만,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이 같은 편법 상장 유지가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거래소는 퇴출 사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상장 유지에 부적합한 기업을 가려내 퇴출시키기 위해 지난해 2월4일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변칙 상장유지 한계기업 철퇴
한국거래소는 7일 지난해 퇴출된 코스닥 기업은 전년보다 44개사 늘어난 63개사(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 2개 제외)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투자회사 66곳을 포함,모두 96개사가 퇴출됐던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이 중 실질심사제에 따라 퇴출된 곳만 16개사에 달했다. 여기에 퇴출 기준에 해당된다는 결정이 내려졌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통상 6개월 정도인 개선 기간을 부여받아 잠정적으로 퇴출이 미뤄진 곳도 5개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소예와 MTRON은 개선 기간 중 결국 상장폐지됐다. 이 제도 도입으로 회계법인들의 감사도 깐깐해져 감사의견 거절 사유로 상장 폐지된 기업도 18개사나 됐다.
퇴출이 잠정적으로 미뤄진 5개사와 퇴출 결정후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 폐지된 네오라소스를 포함,실질심사에서 퇴출 결정이 내려진 기업은 모두 22개사다.
이 중에는 회계연도를 넘긴 뒤에 자구이행을 단행해 과거였다면 상장 유지가 가능했지만,이 제도가 도입돼 퇴출이 결정된 기업이 7곳에 이른다.
또 경영권이 바뀐 코스닥 기업에서 통과의례처럼 나타났던 횡령 · 배임혐의로 퇴출이 결정된 기업도 5개사나 된다.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매출을 일으킨 기업 4개사가 퇴출 결정을 받아 3개사가 상장폐지됐다.
◆주요 퇴출기업 유형
퇴출된 코스닥 업체들 중에서는 기존에 영위하던 주력사업이 중단되거나 매각된 경우가 많았다. 이미 판매한 상품의 유지보수 또는 관계사 등에서 나오는 매출로 명맥을 이어오거나,유연탄이나 태양광 등 자원 개발이나 발광다이오드(LED) 부품과 같은 녹색산업에 신규 진출한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인위적으로 매출을 만들려다보니 내비게이션 및 전자부품 유통업처럼 중간 유통단계 사업에 뛰어드는 사례도 눈에 띄었다.
실질심사 퇴출 1호인 뉴켐진스템셀(옛 온누리에어)도 계란유통업에 뛰어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거래소는 매출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없다면서 퇴출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0월 상장폐지됐던 굿이엠지는 본래 신화 등 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업이 주사업이었지만 군 입대로 인한 연예인의 활동 중단 및 주력사업의 자회사 이관,신규사업 추진 부진 등의 악재가 겹치며 주된 영업정지 사유로 실질심사에 넘겨졌다. 실질심사의 고삐가 조여오자 영업양수를 통해 LED사업 진출을 모색했지만 구체적인 사업계획 및 자금조달 방안을 내놓지 못한 탓에 퇴출을 피할 수 없었다.
최대주주를 바꿔가며 상장 유지를 위해 몸부림 치던 통신 기업 네오리소스는 끝내 지난해 9월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됐다.
2004년과 2006년 자본전액잠식을 나타낸 뒤 다음 해 초 현물출자 유상증자 등 자구행위를 반복하며 상장을 유지했던 네오리소스는 지난해에도 자본 증가로 인식되는 의무전환사채를 발행하며 상장 유지에 나섰지만 이번엔 통하지 않았다.
주력 생산품의 매출은 줄어드는데 인건비와 판매촉진비 등 판매 · 관리비나 영업외비용은 오히려 크게 늘어나는 것도 퇴출 기업의 특징으로 꼽혔다. 매출 원가를 매출로 나눈 매출원가율은 상장폐지 결정 기업들의 경우 2008년 평균 111.6%로 제품을 판매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역마진 구조'로 나타났다. 매출 대비 판관비 비율은 무려 55.9%에 달했다.
관계사나 타인에게 자금을 대여하고 타법인 주식을 비싸게 취득하는 등 큰 돈을 투자해 영업외손실을 불러오는 경우도 많았다. 늘어나는 차입금과 반복적인 유 · 무상 증자,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으로 부채가 증가하는 경우가 많아 부채비율은 평균 300%를 넘었다. 최대주주 지분율도 평균 10%대로 낮아 경영권 분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실질심사에 부쳐진 기업의 48.9%가 2000~2002년 사이 증시에 진출한 7~9년차 업체들로 나타났다.
◆올 퇴출기업 더 늘 듯
실질심사제가 2년째로 접어드는 올해는 퇴출 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심사 대상이었던 비엔디는 올 들어 퇴출이 확정돼 이미 증시를 떠났고 글로포스트도 9일 퇴출이 예정돼있다. 또 티이씨 코어비트 동산진흥 등 3개사는 퇴출이 결정됐다. 올 들어서도 8개사가 새로 심사 대상으로 지정돼 이 중 코디콤 비전하이테크 지오엠씨 등 3개사는 퇴출 결정이 내려졌다.
실질심사 실무를 맡고 있는 서종남 거래소 공시제도총괄팀장은 "투자자들과 기업에 어떠한 요소들이 중요한지를 알리게 됐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며 "늦은감이 있지만 앞으로 코스닥시장이 내실있게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영업 부진과 횡령 등으로 얼룩져 투자자들의 재산권을 보호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판단되는 기업들에 대해선 끝까지 찾아내 이 같은 기업들이 발 붙일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재희/문혜정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