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대 -10.8%.' 지난해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한국과 일본 백화점의 성적표(매출 성장률)다. '백화점 왕국'이던 일본에선 도쿄 긴자의 상징인 세이부백화점 유라쿠초점이 최근 폐점을 결정해 충격을 던졌다. 반면 일본 백화점을 벤치마킹하며 커온 한국 백화점들은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이처럼 명암이 엇갈리는 것은 양국의 경제 상황 등 거시적 요인도 있지만 시장 변화에 대한 백화점들의 대응과 혁신 노력에서 차이가 컸기 때문이라는 게 유통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 백화점들이 '최고' 자리에 안주한 반면 한국 백화점들은 외환위기,카드대란 등에 대응해 끊임없이 변화하며 경쟁력을 키워왔다는 것이다.

백인수 롯데 유통전략연구소장은 "국내에선 최신 유행상품을 백화점이 가장 먼저 내놓지만 일본은 가두점,전문관에서 먼저 선보인다"며 "일본 백화점들이 패션 트렌드의 주도권을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국내 백화점들은 명품 유통을 사실상 장악하고 스포츠 · 아웃도어,영패션 등 트렌드 상품군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반면 일본 백화점들은 명품은 가두점,영패션은 쇼핑몰,스포츠는 전문점에 각각 밀리고 있다.

일본 백화점 시장은 포화상태여서 불황의 타격이 더 컸다. 점포당 인구수가 일본 45만명,한국 60만명 수준이다. 매출액 대비 마케팅비 비중도 인건비가 비싼 일본이1% 미만인 반면,한국은 4~5%에 달해 우주여행 같은 초대형 경품행사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