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중학교 교장이 미술품 구입 등의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학교운영비를 빼돌린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7일 학교 미술품 구매대금 3050만원을 횡령하고,학교운영비로 자신의 저서 1000여권을 구입하도록 부당 지시한 대전 소재 모 중학교 교장 A씨의 파면을 대전시교육감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A씨는 2006년 9월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평소 알고 지내던 표구업자 B씨와 짜고 학교로부터 미술품 대금을 받으면 표구비 등 필요 경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자신이 되돌려 받기로 했다. 이를 위해 A씨는 학교에 B씨와 미술품 구매 계약을 맺도록 지시했다. A씨는 같은 해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B씨로부터 서양화 등 미술품 47점과 130개의 액자를 구입하는 내용의 품의요구서를 담당교사에게 작성하도록 했으며,이를 자신이 직접 결제하는 방식으로 학교운영비 3430만원을 B씨에게 지급했다. 이후 A씨는 B씨로부터 1950만원을 부인의 계좌로 입금받고 1100만원은 현금과 수표로 직접 건네받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A씨가 구입했다는 미술품과 액자 등 총 177점 중 149점은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학교에 전시 · 보관된 적이 없다"며 "나머지 28점 중에서도 학교에 전시된 작품은 7점에 불과했고 다른 21점은 지출결의서에 기재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A씨는 이 밖에 2007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1차례에 걸쳐 학교 교수학습활동비 예산 1830만원으로 자신이 저술한 도서 1005권을 구매하도록 한 사실도 적발됐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