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5일 "지금 대한민국은 일본 중국은 물론 세계와 경쟁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끼리 다투며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 정치적으로 해석돼 늦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도 안산 경기테크노파크에서 열린 경기도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럴 때야말로 상생의 협력이 필요하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해 세계와의 경쟁에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세종시 문제를 놓고 정치권에서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정부가 지난 달 27일 세종시 수정법률을 입법예고한 이후 이 대통령이 세종시를 겨냥해 직접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균형발전이란 여기 있는 것을 뜯어 저쪽에 주는 게 아니라 잘 살 수 있고 기업이 올 수 있도록 인프라를 깔아 주는 것"이라며 "인프라만 제대로 깔아 주면,그래서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기업은 어느 지역이든 가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세종시 수정추진을 둘러싼 차별 또는 역차별 논란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을 반대하는 지역여론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이 대통령은 "경상도 지명은 크게 흥했던 경주와 상주의 이름을 빌려 온 것인데 과거 상주의 경우 시끄러운 철도가 우리지역을 지나가서는 안 된다고 해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며 "한 때의 결정 때문에 발전이 지체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지금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그때와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고 있지 않나,이러다가 20~30년 후 대한민국이 낙후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세종시 수정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지나치게 정치적 이념적으로 해석해 더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늦춰지고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꼬집은 뒤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나라와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다음주 초 충북지역을 방문하는 등 세종시 수정추진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