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發) 국가부도 공포가 증시를 짙누르면서 코스피지수가 3%대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21일 1722.01로 전고점을 경신한 뒤 불과 11일거래일만에 154.89포인트가 빠지면서 두 달전 수준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9.30포인트(3.05%) 내린 1567.12에 장을 마쳤다. 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1670선을 밑돈 것은 지난해 12월 1일 1569.72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낙폭도 지난해 11월 27일 '두바이 쇼크'로 75.02포인트(4.69%) 하락한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이날 지수는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재정 적자에 따른 국가 부도 우려에 유럽 주요국 증시는 물론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으로 48.83포인트(3.02%)나 급락한 1567.59로 출발했다.

이후 개인과 기관이 '사자세'를 보이고 현물(주식)시장 급락에 따른 선물 고평가로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외국인의 팔자세에 밀려 끝내 낙폭을 회복하지 못했다.

중국과 일본 증시도 유럽발 금융위기 충격을 피하지는 못했지만 한국 증시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훨씬 컸다.

전세계 증시를 폭락세로 몰아넣은 주범은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고조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전날 그리스의 재정적자 해결을 위한 구체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시장의 불안이 극대화된 것이 증시 급락 기폭제가 됐다.

특히 국가부도 공포에 몰린 일부 유럽국가의 노동계가 정부의 긴축재정과 사업장 구조조정에 반발하자 적자감축 정책이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도 직격탄이 됐다.

이날 개인과 기관은 각각 464억원, 2065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은 2915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프로그램 매매는 장 막판 비차익 매도세가 몰리면서 차익거래가 매수 우위를 보였는데도 전체적으로 23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전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주와 철강금속, 건설, 통신 업종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급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가 전날보다 3.35% 내린 75만원에 장을 마쳤고, 포스크도 4%대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유럽발 금융위기 우려로 신한지주와 KB금융이 5-6%대 급락세를 보이는 등 금융주가 크게 밀렸다.

슈넬생명과학은 폭락장에서도 발기부전 치료제 후보물질 미국 특허 소식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전고점을 찍었지만 오를만한 뚜렷한 이유없이 유동성이 밀어올린 측면이 강했다"면서 "수급이 취약해진 상태고 대외 악재 개선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든 만큼 약세는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는 새로울 것이 없는 뉴스이고, 시스템 우려까지는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리스의 GDP(국내총생산) 규모를 고려할 경우 단기간에 유럽연합(EU)에 충격을 줄 사안도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