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이 재개발사업 추진위원회 · 조합 설립 시기와 비용 분담을 둘러싼 소송에서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재개발 현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시장에서는 동의서 징구나 재개발 사업비 산정을 불투명하게 진행한 조합의 잘못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지만,일각에서는 "재개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이처럼 재개발 현장이 혼란에 휩싸이면서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강행하려는 조합과 이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갈등을 겪는 곳도 늘고 있다. 재개발 투자자들로서는 더욱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업 단계 꼼꼼히 확인해야

재개발 투자 수익성을 결정하는 핵심 중 하나가 사업추진의 신속성이다. 하지만 재개발 추진단계별로 워낙 변수가 많아 어떤 시점을 투자 적기로 보느냐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재개발 사업의 첫 단추인 구역지정을 바라보고 무턱대고 투자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문가들은 조합설립 인가나 사업시행 인가시점(지분투자),관리처분 인가 이후 투자(분양권 투자)에 나서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재개발 투자는 특히 사업단계별 절차를 꼼꼼히 확인해야 낭패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재개발 추진계획이 워낙 유동적이다 보니 개발계획 발표만 믿고 투자했다가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투자 후 처분 시점을 정하는 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사업단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수요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많은 단계별 인허가 결정 직후가 유리하다고 충고한다.

재개발 투자는 또 사업계획이 확정됐다 해도 발품을 팔아야 좋은 물건을 고를 수 있다. 재건축에 비해 개발 지역이 훨씬 넓은 만큼 입지 여건이나 추진 속도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조합원들 간 이견으로 마찰을 빚는 곳은 공사 지연 가능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재개발 추진 현장에서 이런 분위기를 꼼꼼히 알아봐야 한다. 대상지역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할 때도 최소 3~4곳 이상을 찾아 예상 권리가액이나 추가분담금 등을 확인 · 비교하는 게 유리하다.

◆아파트 분양 여부 확인을

재건축의 경우 대부분 소유권이 명확한 반면 재개발은 권리구조가 복잡한 경우가 많다. 재개발 구역 내 어떤 토지는 매입하더라도 재개발 후 아파트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땅을 사들인 후 재개발이 완료되는 시점에 가서야 '분양 불가' 사실을 아는 경우도 있다. 특히 사들인 땅 면적이 넓다고 무조건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개업자나 주변의 말만 믿고 땅을 사들이는 경우 자칫 큰 손해를 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재개발 투자정보업체 예스하우스의 전영진 대표는 "중개업소를 거칠 경우 80~90%는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안전한 매물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면서 "재개발 지역에 투자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를 통해 투자 안정성 여부를 꼼꼼히 파악하고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해당 구청을 방문해 해당 지분이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지분인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다만 부동산 투기로 의심받는 경우도 있는 만큼 구청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다세대주택은 용도전환 여부 따져야

재개발 예정지역의 다세대주택에 투자할 때 주인이 한 명인 다가구 주택을 다세대로 전환해 놓은 이른바 '지분 쪼개기' 물건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일부 물건은 지분을 매입하더라도 아파트를 받지 못할 수도 있어서다.

무엇보다 서울시 조례규제 적용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건축물 용도 전환이나 토지 필지 분할은 2003년 12월30일 이전 건축분으로 제한돼 있다. 이날 이후 지어진 다가구주택은 준공 후 다세대주택으로 전환됐더라도 분양권은 1세대밖에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지분 매입 전에 반드시 등기부 등본을 떼어 등기(준공)시점이 언제였는지 등 물건의 상태를 세세하게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2003년 12월30일 이전에 다가구주택에서 전환된 다세대 주택이라면 전용면적을 따져봐야 한다. 전용면적이 60㎡ 이하일 경우 82㎡(25평) 이하 소형주택이나 임대주택 분양대상자로 분류될 수 있어 투자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