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선물세트를 사기 위해 4일 이마트 영등포점을 찾은 김지우씨(33 · 여)는 치약과 비누,샴푸등으로 구성된 LG생활건강 '기쁨 4호'(1만9900원)를 들고 한참 동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며칠 전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본 같은 제품 가격보다 4000원(25.2%)이나 더 비쌌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백화점보다 비쌀 리가 없다"면서도 "대량으로 구매하면 원래는 '10+1'인데 '8+2'로까지 가격을 낮춰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필요한 세트는 4~5개 정도"라며 "대형마트가 좀 쌀까 싶어 왔는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생활용품이나 가공식품 등 공산품 선물세트는 대형마트가 백화점보다 싸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이들 제품의 경우 대형마트가 백화점보다 판매량이 월등히 많아 대량구입을 통해 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통매장에서 낱개로 판매되는 생활용품이나 가공식품은 대형마트가 백화점보다 10~20% 저렴하다.

하지만 한국경제신문이 4일 영등포지역의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빅3'와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빅3'의 선물세트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생활용품 선물세트 가격은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비슷하거나 일부 제품은 대형마트가 최대 25%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LG생활건강의 생활용품 '기쁨 2호'는 대형마트 3개 점포에서 모두 1만4900원씩이었지만,현대백화점 목동점에서는 1만2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기쁨 5호'는 대형마트 가격이 2만3900원으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1만9000원)보다 4900원(25.8%),현대백화점 목동점(2만원)보다 3900원(19.5%) 비싸다. CJ제일제당의 '스팸고급유 2호'의 대형마트 판매가격은 3만9900원으로,롯데백화점(3만6000원)보다 3900원(10.8%) 높다. '유니레버 도브 4호'도 1만8900원으로 롯데백화점보다 1900원 더 비싸다.

이들 선물세트는 백화점이 기존 고객에게 발송하는 DM(광고우편물)을 통해 10~20% 할인 쿠폰을 보낸 품목이다. 고객이 쿠폰을 들고 와야 할인되지만 대부분 쿠폰이 없어도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실제로 백화점 매장 가격표에는 할인가로 표기돼 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판매 직원은 "원래는 쿠폰이 있어야 할인되지만 쿠폰을 놓고 오는 고객이 많아 직원들이 쿠폰을 갖고 있다가 고객에게 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현대 목동점에는 '쿠폰 할인 상품'이라는 표시도 없다. 이번 설을 앞두고 생활용품,가공식품 분야에서 롯데백화점은 50여종,현대백화점은 8종,신세계백화점은 1종의 할인 쿠폰을 각각 발송했다.

가격 차이에 대해 홈플러스 매장 직원은 "'10+1'이나 '5+1' 상품이 대부분이라 대량 구매하면 가격차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백화점은 직접 경쟁 대상이 아니다 보니 품목별로 일일이 체크하긴 어렵다"고 해명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일부 품목들을 싸게 파는 것은 고객 서비스 차원"이라며 "중저가 생활용품은 주력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마진을 덜 보고 팔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백상경/김지현 인턴 yhkang@hankyung.com